[교단일기]나를 바꾸는 것

2022-03-16     경상일보

익숙하지 않은 일들에 적응하느라 3월의 시간이 잘게 쪼개어 나눠진다. 2월의 준비기간과 3월의 적응 시간이 꽤 지났음에도 완전히 젖어 들지 못한 탓인지, 잘 계획되고 정리된 정보 전달과 친절한 안내에도 불구하고 몸과 마음이 말을 듣지 않고 놓치는 일과 업무들이 잦다. 되돌아 챙겨볼 일이 많아진다. 변화된 생활과 새로움이 시작되었지만, 익숙한 것들을 놔버리고 나를 바꾸기가 쉽지 않다.

나를 바꾸는 일은 아침 출근길부터 시작된다. 4년 동안 다니던 도심 밖 농촌으로 달리는 도로와는 정반대의 길로 출근해야 함에도 눈과 손이 무심코 ‘딸깍’하고 우회전 신호를 넣는다. 한참을 가다 ‘아차’하고 되돌아온다. 혼자 웃음을 짓는다. 습관적으로 하던 일에 익숙해져 조그마한 변화도 온몸으로 거부한다. 좌회전 신호를 머리로 기억해야 한다. ‘내일은 좌회전하리라. 잊지 말자.’

넉넉한 지혜를 갖춘 나로 바꿔야 할 일을 맡았다. 3월에 계획된 학생자치회 학급 임원과 전교 임원 선거는 선거유세와 토론, 투표가 기존의 방식을 따르되 최대한 많은 아이가 제대로 경험할 수 있도록 계획되어야 한다. 온라인 진행방식의 선택과 빡빡한 일정, 익숙하지 않은 일을 맡은 이유로 조급함이 앞서고 업무의 진행에 노심초사하게 된다.

학생자치는 아이들에게 믿음과 신뢰의 징검다리를 만들어 주는 일이다. 참여와 소통을 통해 아이들이 의사결정 능력을 기르고, 문제 해결을 경험하면서 행복하게 자랄 수 있도록 밑거름을 제공하고 조력하는 업무이다. 아이들이 주도하는 문화예술 프로젝트, 환경 캠페인, 학생 토론회, 추모 행사 및 기념행사, 각종 대회와 공모전 개최 등으로 1년간 활동을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 “어렵다, 안된다, 글쎄”라고 막아서기보다 “해보자, 할 수 있다, 방법이 있을 거야”라고 힘을 실어주는 조력자로 나를 바꾸어야 한다. 넉넉한 지혜가 필요하다.

마음의 눈을 밝게 가진 나로 바꿔야 할 아이들을 맡았다. 첫날부터 웃음을 주는 무척 밝은 아이들이다. 담임 졸업을 앞둔 선생님과 초등학교 졸업을 앞둔 6학년 26명의 만남은 첫날부터 시끌벅적하다. 서로를 향해 묻고 답하는 대화와 웃는 소리가 교실을 온종일 들썩거리게 한다. 담임선생님의 당황한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6학년 아이들의 관심은 서로에게 향해 있다. 26명으로 꽉 찬 교실에서 살펴보고 알아가야 할 일들이 많게 느껴진다. 눈높이에 맞춰 마음의 눈을 밝게 나를바꿔야 가능한 일이다.

익숙하지 않은 일을 할 때가 있다. 조건과 환경을 바꿔 나에게 익숙하게 만드는 것을 우리는 ‘최선’이라 생각한다. 나 이외 것을 바꾸는 것, 이보다 훨씬 힘든 것이 나를 먼저 바꾸는 것이다. 나를 바꾸는 노력은 연륜이 쌓일수록 어렵다. ‘다니던 길이 익숙하다고 다른 길을 못 가는 것은 아니다.’라는 글을 되새겨 본다.

임수현 다전초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