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위탁제도’ 도입 20년, 울산의 현주소는]미취학 아동 ‘관리 사각’ 피해 줄여야

2022-03-16     차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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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 속 부모로부터 학대받거나 방치되는 아동이 크게 증가하면서 이들 소외된 아동들에 대한 우리 사회 지원과 보호대책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가정위탁제도를 통한 위탁양육이 될 수 있도록 위탁가정 유형의 다양화는 물론 관리사각지대에 있는 미취학 아동에 대한 유관기관의 세심한 보호사업과 예비부모에 대한 교육, 유관기관 간 네트워크 구축 등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미취학 아동복지 관리 사각 곳곳

울산에서는 이달 초 31개월 된 여자아이가 굶주림에 시달리다 숨지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20대 초반의 친모와 같이 살고 있는 동거남의 방치 속에 제대로 먹지 못해 사실상 아사(餓死)한 것으로, 이 사건은 우리 사회 아동복지 관리 사각지대가 곳곳에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대표적 사례다.

오랜 기간 아이는 부모의 방치 속에 고립되며 사실상 학대를 받아왔으나, 아이가 숨질 때까지 아동학대 의심신고는 단 한건도 없었다. 또 기초생활 수급자나 한부모 가정, 장애 등록이 돼 있다면 관리 대상이지만 이 아이의 가정은 해당되지 않았다. 게다가 보육시설도 다니지 않았고, 교육부와 경찰청이 만 3세 아동에게 실시하는 전수조사 대상도 아니다. 이처럼 미취학 아동은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울산지역 학대 피해 아동은 지난해 총 3122건이 신고됐고, 학대 판정은 2606건에 이른다. 올해도 1월말 현재 126건이 신고돼 36건이 학대로 판정됐다. 하지만 학대 피해 아동이 전문위탁가정에 연계돼 위탁양육되는 사례는 지난해 연간 19명에 불과하다.

정민자 울산대 아동가정복지학과 교수는 “36개월 미만의 부모로부터 학대받은 아동은 친부모가 오히려 악마이고 아동에게 그 가정은 지옥이 될 수 있다”며 “이럴 경우 해당 아동은 긴급하게 전문위탁가정으로 배정돼 위탁양육돼야 한다”고 말했다.

 울산 연도별 원가정 복귀 아동수
구분 아동수
2012년 11명
2013년 10명
2014년  7명
2015년  4명
2016년  7명
2017년  9명
2018년 10명
2019년  6명
2020년 14명
2021년  3명

◇예비부모교육 필요…네트워크 구축도

지난해 8월 중구에서 학대 피해 아동을 발견한 뒤 ‘위기 아동 가정 보호 사업’을 통해 위탁가정으로 연계한 것은 지자체와 유관기관이 협력해 가정위탁제도를 활용한 학대 피해 아동 보호의 좋은 사례다.

당시 6세와 4세 아이 2명이 새벽에 보호자 없이 길거리를 돌아다닌다는 신고가 접수되자, 중구청 아동보호팀과 경찰이 현장으로 출동했다. 해당 아이들을 발견한 뒤 아동학대 신고 이력을 조회해보니 이미 1건이 접수돼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후 ‘위기 아동 가정 보호 사업’에 따라 울산가정위탁지원센터를 통해 보호 가정으로 보냈다. 이 사업을 통해 학대 피해아동을 보호한 첫 사례다.

울산시는 올해 가정위탁아동 예산을 전년보다 15% 늘어난 16억4000만원으로 책정하고, 위탁가정에 대한 양육보조금도 지난해 월 26만7000원에서 올해는 30만원으로 인상했다. 또 위탁부모교육 지원과 위탁가정 유형 다양화 등에도 적극 나서기로 했다.

정민자 교수는 “부모의 폭력이나 방치 등 학대받는 자녀들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에 가정위탁제도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아동인권 강화 속 예비부모교육도 필요하며, 학교밖 청소년 보호를 위한 유관기관 네트워크 구축도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채원 울산가정위탁지원센터 관장은 “실제로 위탁양육을 하게 되는 부모님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위탁양육을 통해 부모로서 더 성숙해지고, 친자녀들도 부모의 모습을 보면서 배우는 점도 있다고 한다”며 시민들의 위탁가정 참여를 당부했다.

차형석기자 stevech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