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소득은 20년전 수준인데 빚은 더 많아
20대 중반에서 30대까지의 이른바 ‘MZ세대’가 20년 전 같은 연령대 젊은이들과 비교해 소득은 크게 늘지 않은 반면, 훨씬 더 많은 빚을 진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금융위기 영향으로 소득이 적어 투자할 돈도 마땅치 않은데 집값 상승으로 주택마련 등을 위한 부채는 크게 늘었다. MZ세대 인구가 향후 국내 경제 활동의 주력 세대로 부상하고 있는 만큼 이들의 소득을 늘리는 동시에 부채를 줄일 수 있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이 15일 발표한 ‘MZ세대의 현황과 특징’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기준 MZ세대(24~39세·1980~1995년생 결혼한 상용직 남성 가구주)의 근로소득은 2000년 같은 연령(24~39세)의 1.4배로 집계됐다. X세대(40~54세·1965~1979년생), BB세대(55~64세·1955~1964년생)의 근로소득이 2000년 같은 연령대의 1.5배, 1.6배인 것과 비교하면 늘어났지만 증가 폭이 크지 않다.
금융위기 이후인 2010년의 같은 연령대와 비교해도, 현재 MZ세대의 근로소득 배수는 1.07로 X세대(1.08)나 BB세대(1.2배)보다 낮았다.
MZ세대의 금융자산도 2001~2018년 정체된 것으로 나타났다.
최영준 한은 미시제도연구실 연구위원은 “취업난 등으로 금융자산 축적을 위한 종잣돈 마련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총부채의 경우 반대로 MZ세대가 2000년 같은 연령대의 4.3배에 이르러 X세대(2.4배), BB세대(1.8배)를 크게 웃돌았다.
결국 약 20년 전 같은 연령과 비교했을 때 MZ세대들의 소득과 금융자산은 X세대나 BB세대보다 덜 늘어난 대신 빚은 크게 불었다는 뜻이다.
총부채 증가는 MZ세대가 주택 마련을 위해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은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2018년 MZ세대가 주택 마련을 위해 대출 받은 비율은 34.4%로, X세대(32.1%)와 BB세대(19.6%)에 비해 높았다.
아울러 MZ세대는 상장지수펀드(ETF)와 같은 상품보다는 직접 주식투자를 더 선호하고, 금융위기 이후 소비성향을 줄이는 특징을 보였다. 특히 경제적 여유가 적은 경우 여가활동 등을 위해 필수소비를 주로 절약했다. 2017년 기준 MZ세대의 필수소비는 2004년 같은 연령대와 비교해 0.85배 수준으로, X세대(0.91배)와 BB세대(1.0배)보다 큰 폭으로 감소했다.
최 연구위원은 “MZ세대가 경제활동의 주력으로 부상하고 있으나 이전 세대와 비교해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이는 향후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MZ세대의 생활방식, 취향 등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꾸준히 점검하고, 이들의 소득 증가, 부채 감소 등을 위한 정책적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