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이슈]치솟는 기름값에 운전자들 비명

2022-03-20     석현주 기자
17일 울산 중구 우정동의 한 알뜰 주유소. 휘발유를 ℓ당 1929원에 판매 중인 이 주유소에는 점심시간 전후로 주유를 하기 위한 차량들이 줄을 이었다. 늘어선 긴 줄이 도로까지 점거하면서 아슬아슬한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울산에서 부산으로 매일 출퇴근 한다는 30대 강모씨는 “지난달만 하더라도 5만원어치 기름을 주유하면 5일은 거뜬했는데, 최근엔 3일을 못 버틴다”면서 “치솟는 기름값에 대중교통을 이용해볼까 고민했지만, 코로나 확산세가 극심해 자가용을 이용하고 있다. 여기서 휘발윳값이 더 오른다면 정말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장거리 통근자에게도 부담이지만, 운전이 생계와 직결되는 이들에게는 치솟는 기름값이 더욱 야속하다.

덤프트럭을 운전하고 있는 김씨는 매일 울산에서 대구, 경북 구미, 영천 등을 오가며 300㎞가량을 달린다. 김씨는 “기름값이 이렇게 치솟았지만, 운송료는 그대로다. 대형 화물차는 일반 승용차와 비교해 연비가 현저하게 낮아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수입의 절반은 기름값으로 나가는 것 같다”면서 “정부가 유류세 인하 방침을 내놓고 있지만, 유류세를 낮춰도 유가보조금이 같이 낮아져 큰 도움이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휘발유와 경유 등 기름값이 ℓ당 2000원대에 도달하면서 울산시민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기준 울산지역의 평균 휘발유 가격은 2004.02원, 경유 가격은 1938.55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만 해도 두 유종간 가격 차이는 200원을 넘었는데, 지금은 경유 가격 급등에 따라 격차가 100원 이내로 좁혀졌다. 이날 울산에서는 휘발유와 경유가격이 동일한 주유소들도 속출했다. 머지않아 경유 가격이 휘발유 가격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경유 가격의 가파른 상승 원인으로는 유럽시장 재고 부족과 경유에 대한 낮은 유류세 인하폭 등이 거론된다. 디젤 차량 비중이 높은 유럽 내 정유 재고가 바닥을 보이면서 유럽의 유가 현물시장에서 경유 가격이 치솟았고, 미국과 아시아 현물시장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다. 아시아 유가는 ‘싱가포르 현물시장’에서 집계된다. 유안타증권 자료를 보면, 싱가포르 현물시장 기준으로 경유 가격은 지난 1월 배럴당 97.5달러였는데 3월 들어 126.8달러로 급등했다.

이처럼 국제정세 불안으로 경유가격이 휘발유보다 비싸진 가운데 경유가 휘발유보다 유류세 인하 혜택이 적어 경유 가격이 더 큰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지금 같은 유류비 상승세가 언제까지 이어질 지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최근 국제 유가 상승세와 국내 유가 상승세를 비교하면 최소 3주 동안은 지금 같은 상승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으나, 국제 상황 등을 고려했을 때 예측 불가능한 요소들이 많다”고 전망했다.

유가가 연일 치솟자 정부가 유류세 인하 조치를 연장하고 인하폭 확대까지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화물차 운전사들의 시름을 덜기엔 역부족이다.

유류세를 인하하면 장기적으로 국내 판매가가 하락하는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당장은 유류비 환급 명목으로 받는 유가보조금도 함께 낮아지기 때문이다. 화물업계는 유류세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이 세워지지 않는다면 파업도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화물연대 울산지역본부 관계자는 “기름값이 2300원대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유가 상승은 생존권과 직결된 만큼 기름값 급등 상황이 잡히지 않는다면 파업도 불사 하겠다”면서 “대규모 물류대란이 일어나기 전에 정부가 화물차 운전사들의 실질적인 부담을 경감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