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진출 허용…중고차시장 격변기
2022-03-21 석현주 기자
현대차·기아 등 완성차업계는 물론 롯데와 SK까지 중고차 사업에 뛰어들면서 시장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깜깜이 매매’로 불만이 높았던 소비자들은 시장 생태계가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을 내비치는 반면 영세 중고차 판매 업체들은 생계를 걱정해야 할 위기에 놓였다.
20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중기부가 관할하는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가 중고차 매매업을 생계업종으로 지정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완성차업계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전면 허용되면서 3년 넘게 이어져온 완성차 업계의 중고차 시장 진출에 대한 논란이 마침표를 찍은 것이다.
이번 결정에 따라 현대차는 관련 조직을 정비하고, 중고차 사업 방향을 밝히는 등 사업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미 지난 1월 경기 용인시에 자동차 매매업 등록 신청을 마쳤고, 기아도 전북 정읍시에 중고차 사업 등록을 신청한 상태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빠르면 상반기, 늦어도 연내부터 현대차, 기아 등이 중고차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쌍용차도 빠른 시일내에 중고차 사업을 시작한다는 입장이다.
한국GM, 르노코리아도 중고차 진출 허용을 반기며,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완성차 이외에 대기업들도 중고차 시장 진출에 잇따라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롯데렌탈은 올해 하반기 중고차 B2C(기업·소비자간 거래) 시장에 진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미 롯데렌탈은 중고차 경매장 롯데오토옥션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번 B2C 시장 진출로 온라인 중고차 사업을 본격 확대키로 했다. SK도 SK렌터카 등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중고차 시장 진출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이처럼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입이 시작되면 소비자 피해가 속출했던 중고차 시장 생태계가 소폭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그동안 국내 중고차 시장 내 판매자와 구매자 간 정보 비대칭, 허위·미끼 매물 문제는 고질적인 문제였고, 또 외산 수입차 브랜드가 오래전부터 ‘인증 중고차’를 판매한 만큼 형평성 문제도 불거졌다.
소비자단체 컨슈머워치는 지난 18일 논평을 내고 “중고차 시장 개방 결정으로 중고차에 대한 투명한 정보를 제공하는 기업이 등장할 수 있고, 소비자들은 차량 성능 정보나 가격 정보를 편리하게 얻을 수 있다”며 “결론을 기다려온 소비자들은 환영한다”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선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입으로 중고차 가격이 높아지고, 신차 가격도 상승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또 지역 내 영세 중고차 판매 업체들은 생계를 걱정해야 할 위기에 놓였다.
지역 중고차 판매업체 관계자는 “완성차업계의 중고차 판매가 시작된다면 기존 업체들은 생계를 위협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구입 후 5년, 주행거리 10만㎞이내 차량만 판매하겠다는 현대차의 상생방안은 가장 좋은 물건만 팔겠다는 욕심 아니냐”면서 “지역 소상공인들의 피해가 우려되는 만큼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 절충안을 마련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