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주군, 동해가스전 해상시설·운송배관에 지방세 34억 과세

法 “바닷속 시설도 과세 대상” 원심 뒤집어
석유公, 경정거부 취소소송 2심 패소…바닷속 과세권 첫 인정

2019-12-19     이춘봉
바닷속에 설치된 시설물에 대해 관할 지자체가 과세권을 가진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판결이 최종 확정될 경우 울산 앞바다에 설치된 해저 송유관 등에 세금을 부과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전망이다.

부산고등법원은 한국석유공사가 울주군을 상대로 제기한 취득세 등 경정거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고 19일 밝혔다.

울주군은 울산시의 지침에 따라 지난 2016년 11월 준공한 동해가스전 해상 생산시설 및 해저 운송배관에 지방세 약 34억원을 과세했다. 석유공사는 가산세를 피하기 위해 일단 세금을 납부한 뒤 이의를 제기했다.

조세심판원은 동해가스전 아래 설치한 해저 생산시설은 과세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해 21억원을 환급하라고 명령했다. 다만 해저 운송배관인 가스관에 부과한 취득세 등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석유공사는 가스관 역시 생산시설의 일부로 과세대상이 아니고 바닷속 시설은 군에 과세권이 없다며 나머지 13억원도 환급하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영해 및 배타적 공유수면에 대해 군의 과세권을 인정하는 성문·불문법이 존재하지 않고, 해저 운송배관은 생산시설에 포함돼 비과세 대상이라며 석유공사의 손을 들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정반대의 판결을 내렸다. 군에 과세권이 있고 해저 운송배관 역시 과세 대상이라는 것이다.

석유공사가 상고 여부를 검토 중인 가운데, 판결이 최종 확정될 경우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그동안 과세하지 않던 바닷속 시설물에 대한 과세 근거가 생기기 때문이다. 지자체로서는 새로운 세수가 발굴되는 반면 관련 기업은 추가 부담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현행 지방세법 시행령은 송유관과 가스관, 열수송관 등 3종의 도관시설이 과세 대상에 해당한다고 적시했다. 동해가스전 이외에 신설되는 가스관은 사실상 없는 만큼 가스관이 다시 문제가 될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송유관은 논란의 소지가 많다.

육상에 설치된 송유관은 이미 과세 대상이다. 시 건축물 시가표준액 조정기준에는 송유관의 범위를 지하나 지상, 또는 고가에 설치된 관으로 육상에 한정했다. 바닷속에 설치된 송유관은 과세 대상에서 제외했다. 하지만 영해 내 해저 시설물에 대한 과세권 인정 판결이 확정되면 문제가 달라진다.

법 개정을 통해 과세 범위를 바닷속까지 인정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럴 경우 울산항 인근의 원유부이에 설치된 해저 송유관은 모두 과세 대상이 된다. 해저 송유관을 신설할 때 취득세 등을, 기존 송유관에는 재산세 등을 부과할 수 있다.

한편 울주군 등이 부과할 수 있는 해저 송유관의 세수 규모는 아직 파악할 수 없다. 지방세 부과 대상이 아니어서 해저 송유관의 물량 및 길이, 관 굵기 등이 파악되지 않아 정확한 과세 규모도 확인이 불가능하다.

이춘봉기자 bong@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