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대통령의 ‘음식’과 ‘지역문화콘텐츠’
대통령도 먹는다. 식사이자 음식 이야기다. 대통령의 ‘음식’이라고 하면 일반 국민 대다수가 접하는 음식과는 거리가 있는 다른 차원의 먹거리 일 것이라는 선입견이 작용한다. 대통령이 되기 전 TV 등 언론을 통해 서민적인 음식을 먹는 이미지와는 달리 대통령이 된 후 청와대 안에서 먹는 음식은 전혀 다를 것이란 생각 때문이다. 대통령(후보)가 먹는 ‘음식’이나 ‘메뉴’는 일종의 이미지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대선 등 선거를 앞둔 후보들은 좋은 세평과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재래시장에서 음식을 먹거나 장보기 등을 통해 소탈한 서민적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도 마찬가지다. 유세기간 동안 전국 각 지역의 재래시장을 찾아 코로나19로 어려운 소상공인들의 애로사항을 듣고 시장통에서 상인들이 건네는 간단한 주전부리를 먹으며 시민들과 대화도 나누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윤 당선자의 먹는 모습에서 ‘맛있게 먹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다소 연출되는 분위기로 그칠 수도 있는데 자신도 모르게 본인의 먹성을 보여주는 듯 했다. 그렇게 유세기간을 거치면서 3월9일 선거를 통해 윤석열 후보는 대통령 당선자 신분이 되었다. 당선 이후 이어진 외부 행사를 통해 윤석열 당선자의 ‘음식’ 소통이 언론을 타기 시작했다. 남대문시장 상인회 분들과의 ‘코로나 애로 소통’ 꼬리곰탕, 울진 삼척 화재현장 속 무료 식사를 제공했던 짬뽕집에서의 ‘돈쭐’ 식사, 인수위 관계자들과의 통의동 김치찌개 등이 소개됐다. 메뉴 자체도 그렇지만 형식 자체가 소탈했다.
윤석열 당선자의 이런 ‘식사 소통’이 언론을 통해 전달되던 중 ‘먹는 모습이 진심’이라는 댓글과 관련기사를 우연히 보게 됐다. 남대문 시장 상인회 분들과의 ‘꼬리곰탕 식사’ 자리관련 소개 기사였다. 상인회 분들과 식사하는 사진 속 윤 당선자의 식사 모습은 단순히 식사하는 모습을 연출하기 위함이 아니었다. 진정 맛있는 음식을 먹는 모습이었다. 맛있는 음식을 먹어본 사람은 안다. 음식으로 향한 눈빛에 담긴 진심 말이다. 그리고 음식을 맛나게 먹어본 사람들 또한 안다. 아직 먹지는 않았지만 먹고자 뜬 한 수저의 푸근함과 넉넉한 마음 말이다. 그런 모습이었다. 그런 모습으로 식사하는 윤 당선자의 진정성을 느낀 분이 올린 댓글을 본 것이다.
평검사 시절 지방 이곳저곳으로 옮겨 근무하면서 지역의 ‘맛집’을 두루 섭렵한 ‘식객’ 임을 자부하는 당선자의 지역 음식에 대한 이해와 지식은 나름 경험과 관찰을 통해 쌓은 ‘지역 음식 덕후’ 모습이 일견 보였다. 그런 모습을 유세 당시 출연했던 몇 몇 TV 예능 프로그램 속에서 발견할 수 있다. ‘식객 허영만의 백반 기행’에 출연해서는 지역의 맛난 음식을 먹을 수 있으니 메인 출연자인 허영만씨와 함께 보조 출연자로 따라다니고 싶을 정도라고 ‘농’을 쳤지만 프로그램을 본 시청자들이라면 안다. 그 말이 진정 ‘마음의 소리’였다는 것을 말이다.
각설하고 윤석열 당선자의 첫 번째 ‘식사 소통’은 언론에 그렇게 소개되지는 않았지만 2021년 12월3일 울산 언양에서 있었던 ‘언양 회동’이라고 할 수 있다. 언양 회동을 통해 윤석열 당선자와 이준석 당 대표와의 갈등이 해소된 시점이기도 하다. 이 회동을 통해 김종인 위원장의 총괄선대본부 합류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이후 지지율 역전의 발판이 마련되었으니 윤 후보의 선거 행보와 관련해 분수령이 된 회동이다. 어찌 기록될지 모르지만 윤 대통령 당선자의 정치행보와 관련해 기록에 남는 회동이었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 특히 회동 장소가 국민의 힘 원내사령탑인 김기현 의원과 이준석 대표 비서실장인 서범수 의원의 지역구인 울산이었다는 점에서 지역 대표 언론인 경상일보는 ‘윤석열·이준석 울산 담판 회동’으로 헤드라인을 뽑았을 정도다. 회동 장소가 울산 울주군 소재 ‘언양불고기’ 집이었다는 것이 크게 부각되지는 않았지만 이후 그 회동 장소 특히 윤석열 당선자가 앉았던 테이블은 해당 업소와 함께 전국적인 명소와 장소가 됐다. 언양불고기는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하던 시절 건설공사에 참여한 근로자들이 먹기 시작하면서 알려진 전국적 ‘지역문화콘텐츠’다. 윤석열 후보의 대통령 당선으로 다시금 유명세를 타고 있다. 이참에 더욱 알릴 일이다. 울산을 알릴 자랑거리 하나가 더 늘었다.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금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