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 태화강역 KTX노선 딜레마
울산시가 KTX·SRT 열차의 태화강역 노선 신설 요청 문제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KTX울산역으로 향하는 KTX·SRT 노선 일부를 신경주역에서 분기해 태화강역으로 돌리자는 제안인데, 울산 시민의 편의가 증대되는 반면 KTX울산역을 중심으로 한 서울주권역 발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결론을 내리기 쉽지 않은 모양새다.
28일 시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울산시당은 최근 시에 KTX·SRT 노선을 태화강역으로 운행하는 방안을 한국철도공사에 요청해 달라고 제안했다.
제안을 검토한 시는 워낙 장점과 단점이 뚜렷한 문제여서 이를 한국철도공사에 요청할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KTX·SRT 일부 노선을 신경주역에서 분기해 태화강역으로 운행할 경우, 태화강역과 인접한 동·북구는 물론 중·남구 주민들의 철도 이용 편의가 크게 개선될 수 있다. 2024년 중앙선 영천~도담 구간이 개통된 뒤 무궁화호가 준고속철인 KTX이음으로 대체되면 울산에서 서울로 향하는 선택지가 넓어지게 된다.
반면 KTX울산역을 이용하는 수요가 크게 줄어 감편 등의 불이익이 발생할 소지가 다분하다. 현실적으로 동·북구 주민의 대부분과 중·남구 주민의 절반 이상이 지리적으로 가까운 태화강역으로 쏠릴 수 있다.
고속철에 비해 속도가 다소 느리다는 단점도 있다. 고속철 전용 선로는 평균 속도 시속 160㎞용으로 설계된 반면, 동해선 복선철로는 준고속철용으로 설계돼 태화강역~신경주역 구간의 평균 운행 시속이 120㎞에 그친다.
특히 시가 추진하고 있는 KTX울산역을 중심으로 하는 서울주권 제2 도심 개발이 유동인구 감소에 따라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고속철 신경주역 분기와 관련해 기술적인 어려움은 크게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분기할 경우 선로는 지난해 연말 준공된 동해선 복선을 이용하면 된다. 다만 태화강역의 확장은 필요하다. 최대 8량으로 조성된 플랫폼을 KTX나 SRT의 16량 규모로 확장하고 승객을 위한 진출입로 공사 등도 따라야 한다.
또 다른 문제는 수요 부족이다. 고속철 일부 노선을 태화강역으로 유치하기 위해서는 현재 태화강역의 수요만으로는 부족한 만큼 이를 요청하더라도 한국철도공사가 거부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시의 판단이다.
이와 관련, 시는 부산시가 공조를 요청할 경우 협력할 여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부산까지 연계하더라도 기존 동해선 복선철로를 이용하면 별도의 선로 공사비가 필요하지 않고 수요도 충분히 발생하기 때문이다.
다만 부산은 정차역 선정 문제로 발생할 수 있는 지역 갈등을 우려하고 있어 아직 분기 문제를 표면화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울산시 관계자는 “KTX울산역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 주민을 중심으로 태화강역에서 고속철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민원이 접수되고 있다”며 “KTX울산역 운영과도 긴밀히 연계된 사안인 만큼 최적의 방안을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춘봉기자 bong@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