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계절한담(閑談)(245)]진달래꽃 뿌리우리다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히 보내 드리우리다// 영변(寧邊)에 약산(藥山)/ 진달래꽃/ 아름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어느새 진달래꽃이 지천으로 피었다. 진달래는 우리민족의 한과 맥을 같이 한다. 김소월은 ‘진달래꽃’에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고 속으로 다짐하고 또 다짐한다. 그러나 터져나오는 울음은 참지 못한다. 그래서 결국은 소리내어 울고 만다. 그런데 소리내어 우는 주체는 다름아닌 두견새다. 두견새는 밤낮으로 울면서 촉나라를 그리워한다. 그러다 마침내 피를 토한다.
눈물 아롱아롱/ 피리 불고 가신 님의 밝으신 길은/ 진달래 꽃비 오는 서역(西域) 삼만 리(三萬理)./ 흰 옷깃 여며 여며 가옵신 님의/ 다시 오진 못하는 파촉(巴蜀) 삼만 리(三萬理)).//…//초롱에 불빛, 지친 밤 하늘/ 굽이굽이 은하물 목이 젖은 새,/ 차마 아니 솟는 가락 눈이 감겨서/ 제 피에 취한 새가 귀촉도 운다./ 그대 하늘 끝 호올로 가신 님아.
서정주의 시 ‘귀촉도(歸蜀道)’에 나오는 귀촉도는 진달래와 떼려야 뗄 수 없는 단짝이다. 귀촉도는 두견새, 소쩍새, 접동새라고도 불리운다. 중국에서는 ‘歸蜀, 歸蜀’하며 운다고 하며, 우리나라에서는 ‘접동, 접동’하고 운다고 한다. 진달래꽃은 두견화라고도 하는데, 이 꽃으로 술을 담그면 두견주가 된다. 두견주는 2018년 4·27 남북정상회담 만찬주이기도 하다.
<사기>에 따르면 옛날 중국 촉(蜀)나라에 ‘망제’라는 왕이 있었는데 이웃나라의 침략으로 쫓겨나 복위를 꿈꿨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억울하게 죽었다. 그 넋이 두견새가 되었는데, 한이 맺힌 두견새는 밤낮으로 ‘촉나라로 돌아가고 싶다’(歸蜀)고 울었다. 피를 토하며 울고 토한 피를 다시 삼켜 목을 적시고 또 울었다. 그 피가 떨어져 진달래가 됐다. 당나라 시인 백거이는 ‘두견이 한번 울 때마다 두견화는 한 가지씩 핀다(一聲催得一枝開)’고 읊었다. 파촉은 사천성 일대를 말하는데 춘추시대 당시 공동의 문화를 형성하고 있던 파국(巴國)과 촉국(蜀國)을 말한다.
진달래는 산에만 핀다. 그래서일까, 두견새도 꼭 뒷산에서만 운다. 봄날 오후 두견새 우는 소리가 정적 속에 더욱 구슬프다.
이재명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