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인사 놓고 文-尹 갈등 재점화

2022-04-01     김두수 기자
‘3·28 청와대 회동’을 계기로 봉합 국면으로 접어드는 듯 했던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간 신·구 권력 갈등에 또 다시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31일 대우조선해양 박두선 신임 대표에 대해 “알박기 인사”라며 현 정부를 강력 비판하자, 청와대는 “인수위가 그 자리에 눈독을 들인 것인가”라고 역공을 하는 등 인사 문제를 두고 양측이 정면 충돌했다.

특히 김정숙 여사의 옷값 문제나 특수활동비 공개 문제를 두고도 양측이 공방을 벌이는 등 대립 전선이 점차 확대되는 양상이다.

불과 사흘 전인 28일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이 청와대 상춘재에서 만나 매화를 보며 “아름답다”고 입을 모으면서 협력 무드가 조성되는 듯 했지만, 그 매화가 지기도 전에 양측은 ‘몰염치’ ‘눈독’ 등 서로를 겨냥해 원색적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정치권에선 이같은 갈등 재점화 조짐이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논의 등 정권 이양작업에까지 영향을 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지난 28일 만찬 이후 양측이 인사 문제를 이철희 정무수석-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 사이의 실무협의에 맡길 때만 해도 신구 권력의 핵심 충돌요인이었던 임기말 인사권 문제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날 대우조선해양 박두선 신임대표 선임 문제가 부상하면서 양측은 다시금 이 문제로 격한 공방을 벌였다.

우선 윤 당선인 측이 이번 인사를 ‘알박기’ 인사로 규정하고 포문을 열었다.

인수위 원일희 수석부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대우조선해양은 문재인 대통령의 동생과 대학 동창으로 알려진 박두선 신임 대표 선출이라는 무리수를 강행했다”라고 비판했다. 원 부대변인은 이번 인사에 직권남용의 소지가 있다며 감사원에 조사 요청을 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즉각 반발했다.

박 대표를 선출하는 과정에 개입할 이유가 없고, 개입한 사실도 없다는 게 청와대의 입장이다.

신혜현 청와대 부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현 정부든 다음 정부든 정부가 눈독을 들일 자리가 아니다. 대우조선해양 사장 자리에 인수위가 눈독 들이고 있었다는 사실이 놀랍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양측은 감정싸움을 하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인수위 원 부대변인은 이번 인사를 “비상식적이고 몰염치한 처사” “또 하나의 내로남불” 등 격앙된 표현을 쓰며 비난했다.

청와대 신 부대변인 역시 “인수위가 대통령 이름을 언급하며 비난했기에 말씀드린다”며 인수위가 문 대통령을 겨냥한 것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여기다 양측 간 감정의 골이 깊어진 데에는 최근 논란이 된 김정숙 여사의 옷값 문제 및 특수활동비 공개 문제도 영향을 준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박수현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임기 말 청와대의 특수활동비 뿐 아니라 김 여사의 옷값이나 액세서리까지 거론하는 무분별한 의혹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김두수기자 dusoo@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