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일회용품 감축 드라이브, 언젠가는 가야 할 길
2022-04-01 이재명 기자
이에 앞서 정부와 대통령 인수위는 서로 다른 입장을 내놓으면서 한 때 혼란이 빚어졌다. 지난 28일 안철수 인수위원장은 “하필이면 왜 지금 이 조치를 시행하는지 모르겠다”며 “현장 사정과 민생 경제 상황을 모르는 탁상행정의 결과가 아닌가 싶다”고 비판했다. 안 위원장은 그러면서 “코로나19가 잠잠해질 때까지 일회용컵 규제를 유예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결국 환경부는 계도기간을 두고 과태료 부과를 유예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은 여전히 혼란스럽다. 원칙적으로는 매장 내 일회용품 사용이 금지되기 때문이다. 업주들은 “당장 과태료 처분은 없다고 하니 다행이지만 갑자기 또 계도기간이 종료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업주들은 또 “규제가 유예된다고 하니 다행이지만 컵이나 빨대도 새로 다 구매한 상황에서 갑자기 말이 바뀌어 한편으로는 허무하다”고 말했다.
일회용품 규제는 어제오늘 나온 이야기는 아니다. 전 지구적으로 쓰레기가 넘쳐나는 시대다. 여기다 2년 전부터는 코로나19가 덮치면서 일회용품이 급격히 늘어났다.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시작한 지난 2020년 전국 공공선별장에서 처리한 생활쓰레기 양을 분석한 결과, 지난 2019년에 비해 종이류가 25%, 플라스틱류가 19%, 발포수지류가 14%, 비닐류가 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에 환경부가 대통령 인수위원회와의 협의 과정에서 과태료 부과를 유예하기로 했다니 업주들에게는 그나마 다행스러운 조치가 될 것이다. 고객의 입장에서도 일회용품 허용 조치는 불가피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러나 이번 유예조치를 일회용품을 앞으로도 계속 사용할 수 있는 신호로 해석해서는 곤란하다. 일회용품 문제는 비단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골칫거리다. 해외에선 우리보다 훨씬 더 강력한 일회용품 감축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우리나라도 코로나19 사태를 보아가며 감축 드라이브를 더 세게 걸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