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계절한담(閑談)(246)]나무를 심자

2022-04-05     이재명 기자

산에 산에 산에는 산에 사는 메아리./ 언제나 찾아가서 외쳐 부르면/ 반가이 대답하는 산에 사는 메아리./ 벌거벗은 붉은 산에 살 수 없어 갔다오./ (후렴) 산에 산에 산에다 나무를 심자/ 산에 산에 산에다 옷을 입히자/ 메아리 살게시리 나무를 심자



동요 ‘메아리’는 지난 1954년 발표됐다. 유치환 선생이 6·25 이후 황폐화된 산을 바라보며 지었다. 메아리는 ‘뫼(산)’에서 파생된 단어로, 다른 말로는 ‘산울림’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스 신화에서는 ‘에코(echo)’라는 이름의 요정으로 등장한다. 이 수다쟁이 요정은 어떤 미소년을 보고 사랑에 빠졌으나 그걸 고백하지 못하고 계속 그의 말만 따라 하다가 나중에는 목소리만 남아 메아리가 됐다고 한다.

그런데 유치환 선생의 동요 ‘메아리’ 내용에는 문제가 있다. 동요에서 메아리는 ‘벌거벗은 붉은 산에 살 수 없어 갔다오’라고 나오지만 사실 메아리는 나무가 없는 헐벗은 산에 더 잘 산다. 나무가 없으면 산이 소리를 반사시키기 때문이다. 반대로 숲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는 산은 소리를 흡수해 버리기 때문에 메아리가 살 수가 없다. 그러나 이렇든 저렇든 우리는 유치환 선생의 뜻만 잘 알아들으면 된다.

오늘은 식목일(植木日)이자 청명(淸明)이다. 1949년 지정된 이 날은 신라가 당나라 군대를 몰아내고 삼국통일을 이룩한 677년 2월25일에 해당된다. 또 조선 성종이 세자·문무백관과 함께 동대문밖의 선농단에 나아가 몸소 제를 지낸 뒤 적전(籍田)을 친경(親耕)한 날인 1493년 3월10일에 해당되는 날이기도 하다. 계절적으로는 나무를 심기에 좋은 시기이다. 옛말에 ‘청명에는 부지깽이를 꽂아도 싹이 난다’라는 속담도 있다.

‘한식에 죽으나 청명에 죽으나’라는 속담이 있듯이 청명과 한식은 하루 차이다. 한식(寒食)이라는 명칭은 불을 피우지 않고 찬 음식을 먹는다는 옛 습관에서 나온 것인데, 중국 춘추시대 진(晉) 나라의 충신 개자추(介子推) 이야기와 관련돼 있다. 개자추는 주군인 문공(文公)을 19년 동안 보좌했으며 문공이 굶주리자 자기 허벅지살을 도려내어 먹인 일도 있었다. 그러나 문공은 개자추의 은공을 잊어버렸고, 개자추는 면산으로 은거해버렸다. 이를 뒤늦게 알게 된 문공은 개자추를 산에서 나오게 하기 위해 불을 질렀으나 그는 끝내 나오지 않았다.

매년 봄이면 대형 산불이 발생해 아까운 숲이 타고 있다. 벌거벗은 붉은 산에 올해도 나무를 심자.

이재명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