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의 더불어나무(3)]처용의 팽나무

2022-04-06     경상일보

팽나무를 포구나무라고도 부른다. 염분에 강한 나무라 주로 바닷가 포구(浦口) 인근에서 볼 수 있어 얻은 이름이다. 맛이 포도랑 비슷하다 하여 다른 의미 같은 이름을 얻었다고도 한다. 포구나무의 열매는 초록빛에서 붉다가 검어지면 단맛이 난다.

태화강 중하류에는 큰 팽나무 세그루가 있다. 울산 중구 보호수인 태화동 팽나무가 있고, 남구 무거동 구삼호교 아래에도 한 그루가 있다. 이 두 그루는 지금의 자리에서 나고 자랐다. 이 두그루와는 달리 온산읍 처용마을에서 태화강으로 이사 온 팽나무가 태화강 십리대밭교 앞에 있다.

2007년 가을 즈음으로 기억된다. “고향마을에 있는 오래된 나무가 공단 부지에 들어가 없어질 위기인데 구해 달라”는 출향 인사의 전화를 받았다. 곧장 현장을 찾아 갔다. 처용 마을 입구에서 길을 따라 들어가 왼편 대나무숲 앞에 큰 개와 함께 팽나무가 서있었다. 나무 아래 공터가 차량 교행 공간이 되어 흙바닥은 콘크리트처럼 딱딱했다. 대나무숲 쪽 뿌리 아래로 수로가 있었다. 열악한 환경에서 힘들게 살아온 모습이었다. 울산시와 협의해 2008년 4월 지금의 위치로 옮겼다.

이 나무도 오래된 팽나무들에서 볼 수 있듯이 뿌리가 악어 꼬리처럼 올라와 있다. 곁뿌리가 굵어지면서 위로 올라온 뿌리로, 널빤지를 심은 듯 넓고 높게 자란다. 이를 판근(板根)이라 한다. 나무가 넘어지지 않도록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나무를 옮겨 심고는 당김줄이나 버팀대 같은 보조적인 장치가 필요하나 뿌리 성장 상태를 살펴 적절한 시기에 제거해야 한다. 사람들도 깁스를 오래 하고 있으면 뼈가 약해지는 원리와 같다. 수술 후에는 운동하고 밥을 잘 먹어야 하듯 나무들도 거름을 통해 스스로 뿌리를 뻗어 건강해지도록 해야 한다.

윤석 울산시 환경정책과 주무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