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번호로 전화 왔는데…알고보니 보이스피싱
최근 휴대전화 화면에 실제 가족의 전화번호가 뜨도록 기기를 조작해 돈을 요구하는 보이스피싱 사례가 발생해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경찰이 5일 공개한 신종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 사례에는 피해자가 범인으로부터 전화를 받을 때 엄마와 딸 등 가족의 휴대전화 번호가 화면에 나오게 하는 수법이 포함됐다.
피해자가 가족이라고 생각하고 전화를 받으면 범인이 “납치했으니 송금하라” “알몸 사진을 보내라”고 협박을 이어가는 식이다.
이러한 수법은 휴대전화 번호 뒷부분 몇 개 자리가 일치하면 국제전화 등 사실상 전혀 다른 번호인데도 평소 저장해 놓은 대상자라고 화면에 나타나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특히 저장된 이름과 번호가 같이 뜨지 않고 이름만 뜨는 기종은 속기가 더 쉽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실제 이 수법으로 피해를 본 대학생 A(21)씨에 따르면 지난 15일 엄마 번호로 전화를 걸어온 여성이 엄마 행세를 하며 흐느끼는 목소리로 “큰일 났다, 납치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전화를 가로챈 남성이 엄마를 납치했으니 3000만원을 주거나 알몸으로 영상 통화를 하라고 협박했다.
A씨는 범인에게 “엄마를 살려달라”며 15분가량 통화했는데, 그 사이 실제 엄마가 “급한데 전화 좀 받아보라”고 문자메시지가 와서 보이스피싱임을 알아차리고 통화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이와 관련 최근 3개월간 울산지역 전화금융사기 건수는 총 130건으로, 매달 40여건 이상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평소에 개인정보를 잘 관리해야 하며, 범죄조직들이 문자메시지(SMS)를 정교하게 조작하는 만큼 문자메시지에 포함된 인터넷주소(URL)는 철저하게 확인하고 될 수 있는 대로 누르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이우사기자·일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