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영의 버섯이야기(21)]광명의 4월 버섯, 습지등불
4월, 완연한 봄이다. 아름다운 습지등불버섯이 나오는 시기다. 작고 노란 등불 같이 예쁘고 깜찍한 모습이다. 이런 생김새 덕에 외국에서는 ‘Swamp/Bog Beacon’, 즉 ‘늪의 등불’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습지등불은 발생 장소와 시기가 독특하다. 4월경에 계곡의 얕은 물가 혹은 물속에 떨어진 낙엽, 줄기, 나뭇가지 등에 무리지어 발생한다.
4월에 물이 있는 계곡에 습지등불버섯(사진)이 난다는 이야기를 듣고 3년동안 4~5월 가지산과 신불산 등 인근 물이 있는 계곡은 모두 다녀보았으나 찾지 못하다가 2015년 5월5일 어린이날에 충청북도 괴산군의 쌍곡계곡에서 겨우 구경할 수 있었다. 처음 본 습지등불버섯은 환상적이었다. 넓고 얕은 물 위에 돋은 모습은 정말 이름 잘 지었다 할 정도로 찬란했다. 그러나 가지산과 신불산 등 우리 지역에서는 찾을 수 없다는 아쉬움이 남아 있었다.
이듬해인 2016년 4월 문교장선생님에게서 버섯 같은데 이름이 무어냐고 묻는 메시지가 왔다. ‘앗, 습지등불버섯!’ 어디냐고 물으니 영축산 등산 갔다가 통도사 자장암 쪽으로 내려오는 길이란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통도사 쪽은 생각을 못했었다. 바로 다음 날 버섯회원들과 자장암 계곡으로 달려갔다. ‘이야, 이렇게 많은데 엉뚱한 곳에서 헤매고 있었군’
습지등불버섯과 함께 통도사와의 인연이 시작됐다. 통도사의 서운암 안쪽의 비선골을 들어가 보니 입구부터 골짜기 끝의 비선습지까지 약 1㎞에 걸쳐 습지등불버섯이 밭을 이루고 있었다. 가히 습지등불버섯의 군락지이다.
습지등불버섯의 발생 환경은 겨우 내내 물이 끊이지 않고 봄철의 큰 비에도 쓸려가지 않는 약간은 넓은 계곡 가장자리다. 발생환경이 크게 제한되어 있는 진귀한 버섯 중 하나이다. 이 버섯이 나는 곳은 생태적으로 잘 보존되어 있는 곳이라 할 수 있다. 올 봄, 우리 고장에서 광명의 습지등불버섯을 찾아보자. 배내골계곡, 가매달계곡, 박상진호수공원 계곡, 묵장산 계곡, 문수산 큰골계곡, 천성산 계곡 등등 울산에는 아름다운 계곡이 많다.
최석영 울산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