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암, 조기발견 못하면 평생 인공항문 달수도

2022-04-15     전상헌 기자

인간을 포함한 거의 모든 동물에게 배변은 중요하다. 건강한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것이다. 대장의 마지막 부분이자 항문에 인접한 직장에 암이 생기면, 수술로 항문을 제거하고 평생 복부를 통해 배설해야 할 수도 있다. 직장암은 발병 초기에는 통증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조기 발견하지 못할 경우 환자 중 5~10%는 항문을 제거하고 평생 인공항문을 달고 살아야 한다. 양성수(외과) 울산대학교병원 교수와 함께 직장암의 발생 원인과 치료 방법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통증 없어 조기 발견 힘들어

직장암은 조기 발견이 어려운 대표적인 암이다. 발병 초기에 통증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직장암을 포함해 대장에 발생하는 암은 발병 초기에 통증이 거의 없다.

그래서 직장암을 포함한 대장암의 조기 발견을 위해서는 정기적인 대장내시경이 필수적이다.

암이 자라면서 직장암 초기를 지나면 자각증상이 나타나는데 변에 피가 섞여 나오거나 변이 가늘어지는 증상이 대표적이다.

또 변을 참기가 힘들거나 대변을 본 다음에도 잔변감을 반복적으로 느끼게 될 수도 있고 추가로 식욕부진과 이에 따른 체중 감소가 나타날 수 있다. 이후에 암이 더 진행하게 되면 통증을 동반하게 된다. 암이 직장 주변 방광 등의 조직으로 퍼져나가 아랫배 통증 등을 유발할 수 있다.



◇가족력 대장암 발생 확률 높여

직장암은 여러 가지 복합적인 원인에 의해 발생한다. 복합적 원인은 크게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으로 나눌 수 있다.

우선 유전적 요인을 보면 부모 중 대장암 환자가 있으면 그 자녀도 대장암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고 알려져 있다. 이런 유전질환도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가족성샘종폴립증으로 대장과 직장에 수백 개에서 수만 개의 선종성 용종이 다발성으로 발생하는 질환이다.

이 선종성 용종은 5~10년이 지나면 대장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 때문에 다발성 선종증이 발생하면 대장암의 예방적 차원에서 대장 절제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둘째는 린치 증후군인데 이는 가족성샘종폴립증만큼 수많은 용종이 생기지는 않지만, 대장암을 비롯한 다양한 장기에 암을 발생시키는 질환으로 상염색체 우성 유전 질환이다.

양성수 울산대학교병원 교수는 “환경적 요인인 다른 질환과 비슷하게 평소 운동을 멀리하고 과다한 육류 섭취와 함께 굽거나 튀긴 음식을 즐긴다면 직장암 발생을 촉진할 수 있다”며 “또 염증성 장 질환을 앓고 있거나 대장 용종, 50세 이상의 나이 등도 직장암 발생의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삶의 질 높일 ‘로봇수술’

직장암 진단은 항문을 통해 손가락을 직장 안으로 삽입해 직장 내 만져지는 혹이 있는지 검사하는 직장수지검사를 먼저 한다. 이상이 있을 경우 내시경 검사나 조직검사로 암세포를 확인해 확진하게 된다.

직장암 치료는 외과적으로 암 조직을 제거하는 수술이 대표적이다. 다만 직장암 수술이 어려운 수술 중에 하나로 꼽힌다는 것이다. 직장 주위에는 전립선, 방광, 자궁, 질 등의 복잡한 장기가 인접해 있고 좁은 골반 내에 위치한 탓에 암 조직은 남기지 않으면서도 자율신경과 괄약근 등 중요한 조직과 장기의 손상을 최소화하며 수술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직장암 수술 중에 항문을 보존할 수 없는 경우 평생 장루(인공항문)를 달고 생활해야 하는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

인공항문의 경우 처음에는 24시간 비닐 주머니를 달고 생활해야 한다. 대변이 수시로 나오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대장 기능이 회복되고 식사 시간과 식사량을 조절하면 배변 횟수와 시간을 어느 정도 제어할 수 있다. 또 몇 가지 식품만 피하면 불쾌한 냄새도 막을 수 있어 수술 전처럼 일상생활이 가능하고 수영 같은 운동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수술 전과 비교해 여러 가지 신체·정신적 불편이 많은 건 사실이다.

양 교수는 “다행히 최근에는 수술법의 발달로 항문을 최대한 보존해 치료뿐만 아니라 환자의 삶의 질도 고려한 수술이 시행되고 있는 추세다”며 “좁은 골반부를 안정적으로 수술하기 위해 로봇수술법이 주목받고 있다. 수술 전후 항암화학 요법과 방사선 치료를 병행하면 치료의 효과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로봇수술은 집도의가 조종하는 로봇 팔이 좁은 공간에서도 손 떨림이 없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고 확대경을 통한 수술 시야 확보도 편하다. 암이 항문 가까운 곳에 있는 직장암 수술의 경우 항문의 최대한 보존하는 것이 관건이기에 정교한 로봇수술이 가능해 주목받고 있다.

양 교수는 “다빈치SP 로봇수술기로 전국 최초로 항문을 통해 직장암 수술을 한 적이 있다. 항문을 통한 수술은 이제껏 들어본 적 없는 생소한 수술이지만, 이후 많은 환자에게 시행해 삶의 질을 높였다”며 “초기 직장암 혹은 내시경으로 절제되지 않는 직장종양이 있는 환자에게 좋은 치료의 기회가 열렸다. 이 수술로 많은 환자를 돕는 기회가 있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전상헌기자 honey@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