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밀 가격 고공행진에 휘청거리는 서민 밥상
2022-04-15 이재명 기자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 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칼국수 평균 가격은 1년 전보다 8.7% 올라 8113원에 달했다. 밀가루를 사용하는 냉면이나 자장면도 다른 외식 품목보다 많이 올랐다. 지난달 서울 지역 냉면 가격은 9962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9.7% 올랐고, 자장면은 5846원으로 9.4% 상승했다. 서울 지역 냉면 가격은 조만간 1만원 선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유명 평양냉면집들의 냉면 한 그릇 가격은 1만1000~1만5000원 수준이다. 울산지역의 칼국수 가격은 7900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9.7% 상승했다. 냉면은 8600원으로 7.5%, 자장면은 5900원으로 7.3% 올랐다.
밥상물가가 급등한 것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밀 가격이 상승한 탓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세계 밀 수출량의 약 29%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 주요 곡물 수출국들은 밀 수출을 제한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곡물 자급률은 지난 2020년 기준으로(유엔식량농업기구) 19.3%를 기록했다. 특히 밀 자급률은 1%에도 못 미친다.
이 가운데 지난 2월까지 5개월 연속 3% 넘게 오르던 소비자물가는 결국 3월에 4.1%를 찍었다. 물가가 4%대 상승률을 보인 것은 2011년 12월(4.2%) 이후 10년3개월 만이다. 물가는 앞으로도 더 오를 전망이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 거액의 추경예산이 또 풀릴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14일 연 1.25%인 기준금리를 1.50%로 인상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럽다. 금통위는 더 이상 인플레이션 압력을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최근 윤석열 정부는 ‘물가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발표했다. 이는 거꾸로 해석하면 그만큼 서민들의 삶이 어렵다는 뜻이다. 산업부흥도 좋지만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밥상물가를 안정시키는 것이다. 결국 국민들은 칼국수 한 그릇에 울고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