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립미술관, 개관 이후 100일간의 행보, 온기 가득한 지역 미술의 ‘진정성’ 재발견
울산시립미술관(관장 서진석)이 마련한 개관특별전이 국내외 미술계의 주목을 이끌며 모두 마무리됐다. 1월 개관한 시립미술관은 개관준비에만 20년의 세월이 소요된 터. 무게감을 의식한 미술관은 총 5건의 개관전을 동시에 선보이며 ‘과학과 예술을 접목한 첨단 미디어아트의 구현’과 ‘미래도시를 지향하는 미술도시 울산의 정체성 확립’을 위해 무던히 애를 썼다.
울산미술관의 이같은 행보는 절반의 성공으로 평가된다.
우선은 국내 최초의 미디어아트 중심 공립미술관으로 알려지면서 미술에 눈을 뜬 MZ세대의 관심을 이끌었다. 아이와 함께하는 가족단위 관람객도 줄을 이었다. 팬데믹 속에서도 일상 속 문화예술에 대한 향유욕구가 분출하는 계기를 만든 것이다.
다만, 전시내용에 대해서는 관람평의 수위가 나뉜다. 작품의 파격성과 실험성은 이미 수십년간 이를 지켜봐 온 미술계 전문가들을 충족시키는데 미흡했다. 한편으로 클래식한 공간에서 정통 회화 중심의 전시관람을 상상했던 시민들은 오히려 이질성과 난해함때문에 쉽게 다가서기 힘들다는 피드백을 남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울산시립미술관의 지난 100일은 가장 울산적인, 울산만의, 울산의 미술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알려 준 최초의 의미있는 시도였음이 분명하다.
개관전에 밀려 상대적으로 덜 알려지긴 했으나 시립미술관이 수행한 몇몇 과제는 울산미술의 오늘이 있기까지 지난 과거를 정리하고, 울산미술의 지금 현재를 돌아보며, 그러므로 울산미술의 미래를 가늠하게 만든 것으로 평가된다.
미술관은 울산지역 미술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울산지역 미술 연구를 미술관의 1번째 프로젝트로 추진했다. 미술관은 작년 말 울산지역미술사 연구 1차 사업을 완료한 뒤 약 20명의 울산작가 인터뷰를 영상으로 제작했다. 이 영상은 울산시립미술관 공식 인스타그램, 유튜브 공식계정에서 모두 확인가능하다. 그 안에서 노년의 울산작가들은 수십년간 지켜 온 울산의 미술과 그들 자신의 작업에 대해, 지역 미술인으로서의 삶에 대해, 그리고 울산미술이 새롭게 가야 할 점에 대해 담담히 털어놓고 있다. 첨단이라는 현란한 문명의 빛 속에서도 인간 본연의 진솔한 감정은 따스한 온기를 잃지 않았고, 삶과 연계된 미술의 진정성은 우리 스스로 놓쳐버릴뻔 한 ‘지역의 가치’가 제자리를 굳건히 지킬 수 있도록 힘이 돼 주었다.
미술관은 여세를 몰아 시립미술관 기획전에 지역작가의 참여비중을 지속적으로 늘릴 예정이다. 오는 28일 시작하는 ‘어느 정도 예술 공동체: 부기우기 미술관’에는 60여팀의 울산작가들이 참여할 예정이다. 동시에 울산작가의 작품을 시민자유제안을 통해 공모하여 소장하는 ‘울산시립미술관 소장품 수집을 위한 지역미술 열린 시민제안’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공모제안은 오는 22일 마감된다.
서진석 관장은 “울산시립미술관은 앞으로도 울산 지역을 더 적극적으로 포용하고, 울산 지역 예술생태계의 성장과 예술가 발굴 및 육성에 앞장서고자 한다. 향후 울산지역 미술의 가치를 학술적으로 강화하고, 울산 지역 예술계와의 긴밀한 소통을 통해 지역 예술가들의 사기를 진작시키고 시민들의 문화예술 향유의 폭을 넓히겠다”고 말했다.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