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 억울한 피해자 구제 어려워져”

2022-04-20     이춘봉

울산지검이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이 통과될 경우 억울한 피해자의 구제 기회가 사라지는 등 국민 피해가 양산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주형 울산지검장과 차장검사, 부장검사 등은 19일 울산지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검수완박 입법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 지검장은 검수완박을 하더라도 수사의 객관성과 공정성이 담보되기는커녕 억울한 피해자의 구제 기회가 사라지는 등 문제점이 급증할 것이라며, 울산지검의 사례를 들어 불합리성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우선 이 지검장은 지난해 경찰이 송치한 동구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을 예로 들며, 울산지검이 경찰이 밝히지 못한 추가 학대 행위를 밝혀냈지만 검수완박 이후에는 그런 기회가 사라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지검장은 “경찰이 무혐의 송치한 사기 사건 중 일부는 사안이 복잡해 경찰이 제대로 몰라 무혐의 송치하는 것도 있다”며 “검사가 조사해 판례에 따라 검토해 보니 죄가 되는 것이 많았고, 실제로 사기 사건을 재조사해 직구속한 사례도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찰이 보완수사를 통해 실체적 진실을 밝힐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지난해 보완수사 요구 사건 중 3개월 이내 이행 사건이 62.9%에 불과하며, 1년이 지나도록 이행하지 않은 사건이 10.3%에 달한다고 반박했다.

형사고소권이 침해된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실제 지난해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반발해 울산지검에 직접수사를 요청한 이의신청 사건은 567건, 직고소·고발 사건은 486건에 달한다. 이 지검장은 검수완박이 되면 범죄 피해자들의 형사 구제 절차가 사라진다고 우려했다.

통제받지 않는 공룡경찰의 출현에 대한 우려도 지적했다. 수사권이 없는 검사는 경찰 서류에 의존해 실질적 영장심사가 어려워지고, 경찰이 부당하게 사건을 불송치해도 송치 요구를 할 수 없어 경찰을 견제할 수단이 없어진다고 강조했다.

이 지검장은 지난해 경찰이 거부권 고지 없이 피해자를 임의동행한 뒤 긴급체포한 사건을 예로 들었다. 이 사건은 검사가 수사 과정에서 경찰의 위법을 확인해 피해자를 석방했지만, 검수완박이 되면 형사소송법 상의 석방 근거가 사라져 피해자가 억울한 옥살이를 해야 한다.

이 지검장은 “검수완박은 인권 침해 가능성이 농후하고 여러 문제점을 발생시킬 수 있다. 합리적인 법제를 만들어야 하는데 지금은 그런 기회가 없다”며 “국회가 법조계와 학계, 실무진 등의 의견 수렴 기회를 제공하고 시스템을 거쳐 여론을 충분히 흡수한 뒤 제대로 된 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춘봉기자 bong@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