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홍가의 정원이야기(26)]바다와 하늘을 잇는 섬이정원

2022-04-27     경상일보

한땀 한땀. 명품을 만드는 장인의 노력을 언급할 때 흔히 쓰는 수식어다. 두 해 전 경남 남해에 정원으로 명품이라 할 만한 ‘섬이정원’을 들렀다. 10여 년 전부터 정원주 혼자 손수 가꾸어 온 정성이 느껴지는 곳이다.

정원을 구성하는 요소 중에 시설물보다 동선이 더 중요하다. 좁고 구불구불한 동선은 정원을 천천히 둘러보며 즐기기에 제격이다. 어설퍼 보이는 공간마저도 세월과 함께 채워질 그림이 그려져 더 정감이 간다. 길과 화단이 경계가 없다. 정원을 유지관리하기에는 더 까다롭지만 보는 이에게는 격식 없는 편안함을 준다.

섬이정원은 기존의 다랑이논을 살려 길게 여러 단으로 만들어져 있다. 경사면에 쌓아놓은 오래된 돌담이 계절 꽃과 어우러져 정겹다. 걷다가 뒤돌아서면 멀리 바다 풍경이 펼쳐진다. 열고 닫은 공간미가 돋보인다. 좁은 나무 터널 사이를 긴장감과 호기심으로 걸어 나가면 옹달샘 같은 낮은 수공간을 만난다.

넓은 밀짚모자와 덥수룩한 수염의 정원주가 꽃을 갈아 심고 계셨다. 장마에 사그러진 식물을 새로 교체하고 있다고 했다. 정원을 가꾸는 장인의 면모에 경외감이 들었다. 몇 해 전 방문했을 때보다 공간이 아기자기하고 풍성하게 변해 있었다. 곳곳에 테마를 달리하여 계류정원, 봄정원, 돌담정원, 모네정원, 숨바꼭질정원, 메도우가든, 숲속정원, 물고기정원, 덤벙정원, 선큰가든이 있다.

정원의 가장 높은 곳에 다다르면 이 정원의 백미, 하늘연못정원이 펼쳐진다. 바다로 향해 열려있는 직사각형의 연못은 거울처럼 하늘을 담고 있다. 정원 안에 자연을 담아내는 정원주의 능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멀리 남해 바다와 푸른 하늘을 이어주는 섬이정원. 노란 건물은 파란 바다와 하늘과 보색대비를 이루며 시그니처 스폿이 된다. 남해의 보석 같은 정원이다.

정홍가 (주)쌈지조경소장·울산조경협회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