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보다 비싼 경유…울산 곳곳 가격 역전

2022-05-04     석현주 기자
울산 시내에서 경윳값이 휘발윳값을 추월한 주유소가 속출하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경윳값이 급등한 데다 유류세 인하율까지 커지면서 ‘경유 역전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경유와 휘발유 가격을 똑같이 책정한 주유소는 쉽게 찾아볼 수 있고, 경유를 휘발유보다 비싸게 판매하는 주유소도 다수 나타났다.

3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울산지역 내 △남구 7곳 △동구 1곳 △북구 5곳 △울주군 5곳 등 주유소 18곳에서 경윳값이 휘발윳값보다 높았다. 이들 주유소의 경윳값은 휘발유보다 적게는 ℓ당 1원에서 많게는 89원까지 높았다. 북구 한 현대오일뱅크 주유소 가격은 ℓ당 휘발유 1998원, 경유 2087원으로 89원이나 차이가 났다.

이례적인 경유 역전현상은 지난 2008년 5월 이후 14년 만에 처음이다.

휘발유에 부과되는 유류세가 산업용으로 주로 쓰이는 경유보다 높기 때문에 보통은 휘발유 가격이 경유보다 비싸다.

그러나 정부가 지난해 11월 유종과 관계없이 일괄적으로 20% 유류세 인하 조치를 단행하자 휘발유 인하 폭이 더욱 커져 경유와 가격차가 약 50원으로 줄었다. 여기에다 장기화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경유 공급이 줄어든 상황에서 수요는 탄탄해 역전현상까지 빚어진 것이다.

정부가 이달부터 7월까지 3개월간 유류세 인하 폭을 30%로 확대함에 따라 경유 역전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지역 주유소업계 관계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사태 여파로 주유소에 공급되는 경유 가격이 크게 치솟아 이미 휘발유 가격을 넘어섰다. 지역 주유소가 마진을 적게 남기고, 소비자에게 보다 낮은 가격에 경유를 공급하고 있는 것이다. 공급받은 원가 대로 가격을 책정하면 경유가 더 비싼게 맞다”면서 “아직까지 지역 전체 주유소의 평균 휘발유 가격이 경유가격보다 높지만, 역전되는 주유소는 앞으로 더 속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국내 정유업계는 경유 생산량 늘리기에 나섰다. 세계적으로 경유 재고가 줄고 가격은 급등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유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등 국내 4대 정유사는 휘발유 생산량을 줄이는 대신 경유 생산량을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정유사들이 경유 생산량을 높일 수 있는 비중은 전체 생산량 대비 최대 1% 수준에 불과해 공급 확대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기존에 계약한 수출이나 내수용 휘발유 물량까지 줄일 수는 없고, 공정 문제도 있기 때문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경유가격이 오름세를 보이더니 최근 수요가 늘면서 상승세가 가팔라졌다”며 “경유 생산량을 한 번에 10~20%씩 늘릴 수는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