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콩팥병, 거품뇨·빈뇨·혈뇨 등 이상 생기면 의심을

2022-05-04     전상헌 기자
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우리나라에 비만과 당뇨병, 고혈압 등 고령층의 건강을 위협하는 질환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시대와 급격한 산업화에 따른 서구화된 일상생활로 인해 고혈압과 당뇨병 환자 수가 늘어나는 추세다. 문제는 당뇨병과 고혈압 환자들은 만성콩팥병(만성신장질환) 발생의 고위험군에 속한다는 점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가정의 달을 맞아 외식과 외출도 늘어나고 있다. 이에 이현석 서울산보람병원 신장내과 전문의와 함께 만성콩팥병에 대해 알아보고 주의해야 할 상황을 확인한다.



◇고령화로 만성콩팥병 늘어나

흔히 콩팥이라고도 불리는 신장은 혈액에 쌓인 노폐물을 걸러내는 장기로, 쉽게 생각해 소변을 만드는 배설 기관이다. 콩팥 2개에 있는 약 200만 개의 필터가 하루에 약 180ℓ의 혈액을 걸러내게 되며 체내 수분·전해질 조절과 혈압 유지, 빈혈과 관련 있는 조혈인자 생성, 비타민D 대사·칼슘·인 조절을 통한 골대사 조절 등의 많은 일들을 담당한다.

콩팥의 기능은 사구체 여과율이라는 피검사 수치와 소변 검사에서 단백뇨나 혈뇨의 유무로 평가할 수 있다. 보통 40대까지는 사구체 여과율이 90~100 정도 유지되다가 40대부터 콩팥의 노화가 시작되며 1년에 1~2정도 감소하게 된다.

최근에는 고령화 현상과 당뇨병, 고혈압 유병률 증가, 다양한 약물 사용 등으로 콩팥 기능 감소가 3개월 이상 지속되는 만성콩팥병 발생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만성콩팥병은 사구체 여과율에 따라서 1기부터 5기까지로 나눈다. 보통 병원에서 콩팥이 좋지 않다고 듣게 될 때는 3기다.

정상적인 신장 노화와 달리 사구체 여과율이 훨씬 빠른 속도로 감소하면 만성콩팥병 5기(말기 신부전)에 이를 수 있다. 말기 신부전은 혈액 투석이나 복막 투석, 콩팥 이식과 같은 신대체 요법의 준비와 시작을 고려해야 할 시점이다.

이현석 서울산보람병원 신장내과 전문의는 “만성콩팥병은 3기부터 적절히 관리하고 치료를 시작하면 빠른 신장기능의 악화를 늦출 수 있다. 또 합병증도 예방할 수 있어 몸 상태를 현저히 개선할 수 있기에 만성콩팥병은 조기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만성콩팥병 3기엔 증상 없어

만성콩팥병의 원인으로는 당뇨병, 고혈압, 사구체신염이 주원인이다. 이 중 당뇨병이 가장 큰 원인을 차지한다. 당뇨병 환자 30%가량이 만성콩팥병을 가지고 있으며 투석이나 이식을 시작해야 하는 말기신부전 환자의 절반에 해당하는 사람이 당뇨병으로 인한 것이다.

당뇨병성 만성콩팥병의 경우, 다른 만성콩팥병에 비해 심근경색, 뇌졸중 등 혈관 합병증과 현저한 면역 저하, 영양실조로 각종 감염성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진단 초기 철저한 혈당과 혈압 관리가 필요하다. 즉 평생 약 먹는 것이 싫어 혈압약 복용을 차일피일 미루는 것은 결국 만성콩팥병 발생과 악화를 재촉하는 길이다.

만성콩팥병은 3기에 해당하더라도 특별한 증상이 없다. 이에 거품뇨가 갑자기 생기거나 소변이 붉은색으로 변하는 경우, 갑자기 소변을 자주 보게 된 경우, 전신부종이 생긴 경우라면 콩팥병(신장질환)을 의심하고 병원을 찾아야 한다. 또 건강검진에서 사구체여과율이 저하돼 있거나 소변검사에서 단백뇨나 혈뇨가 확인되면 신장내과 전문의 상담이 필요하다.



◇병원 처방약이 가장 좋아

콩팥병 치료에 좋은 음식이 없다. 물을 많이 마시는 것도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

수분 섭취는 탈수를 예방할 목적으로 긍정적이지만, 나빠진 콩팥이 좋다지는 것은 아니다.

최근 당뇨나 고혈압 같은 질환이나 ‘기력’을 좋게 해 준다며 홈쇼핑·온라인 쇼핑몰에서 만병통치약 같은 수많은 건강보조식품을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건강보조식품은 일부에서 잠시 효과가 있는 위약효과만 있을 뿐 장기간 복용하면 간과 콩팥 기능에는 악영향을 주는 경우가 많다. 건강보조식품이나 한약 복용 후 급성콩팥병에 걸려 투석까지 이르게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CT에 사용되는 조영제와 진통소염제 등 약물이나 일부 항생제도 콩팥을 단기간에 악화시킬 수 있다. 즉 병원에서 진단 후 처방받은 약이 가장 좋은 치료제다.

콩팥에 좋은 음식은 없지만 좋은 습관으로는 저염식(하루 5g 미만의 소금 섭취)과 저단백식, 예방접종으로 인한 감염질환 예방, 금연과 절주가 있다. 규칙적인 운동과 체중조절도 도움이 된다.

이 전문의는 “병에 걸리기 싫고 낫고 싶은 환자의 마음은 의사도 당연히 공감한다. 이에 콩팥에 있어서 만큼은 ‘무엇을 먹어서’ 좋게 하기보다 적절한 식단을 유지하는 것이다. 또 ‘무엇인가를 먹지 않는 것’이 일상생활에서 환자 본인이 자기 콩팥을 지키는 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전상헌기자 honey@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