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철호의 反求諸己(37)]의리(義理)를 싫어하는 사회

2022-05-06     경상일보

한때 의리로 유명한 배우가 있었다. 그는 “남자는 의리에 죽고 의리에 살아야 한다”라고 하였다. 그가 내세운 의리는 옳든 그르든, 내가 손해를 볼지라도, 그 어떤 경우든 그 사람을 떠나지 않는 것이었다. 그 사람에 대한 한결같은 마음, 늘 그 사람 곁에 있으면서 그 사람 편이 되어주는 것, 우리는 그것을 의리라고 하며,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을 배신이라고 하고 그렇게 한 사람을 배신자라고 한다. 의리의 사전적 의미는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이다. 의리가 없다는 말은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를 지키지 않는다’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란 어떤 것일까.

맹자는, 사단을 이야기하면서, 의(義)를 ‘수오지심(羞惡之心)’이라고 했다. 수오지심은 ‘자신의 잘못을 부끄러워하고 다른 사람의 잘못을 미워하는 마음’이다. 맹자는 ‘잘못을 부끄러워하고 미워하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다’라고 표현하기도 하였고, ‘수오지심은 의로움의 시작이다’라고 하여 의(義)가 수오지심으로부터 비롯된다고 주장하였다. 자신의 잘못을 부끄러워하는 마음이면 끊임없이 자신을 돌아보며 고치려고 할 것이고, 다른 사람의 잘못을 미워하는 마음이면 다른 사람이 그 잘못을 하지 않도록 할 것이다. 이것이 의(義)이고, 이렇게 하는 것이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를 지키는 것, 곧 의리이다.

요즘 사람들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자신의 잘못에 관한 충고나 조언 듣는 것을 매우 싫어한다. 자신이 잘하든 잘못하든 자기의 뜻을 따라주고 자기와 함께 하는 사람을 좋아한다. 나를 떠나면 배신이고 나와 함께 하면 의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모두 의리를 잘못 이해한 것이다. 한때 정치권에서 회자했던 ‘우리가 남이가’라는 말도 잘못된 의리의 한 유형이다. 그 사람의 잘못을 알면서도 모른 척하고 그의 편이 되어주는 것은 의리가 아니다. 그런 사람은 그에게 좋은 사람이 아니며 오히려 그를 망치는 사람이다. 의리는 옳고 그름의 문제이며, 그른 것을 바로 잡아서 옳게 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의리야말로 나를 위하는 것이어서 나에게 필요한 것인데, 사람들이 그런 의리를 싫어하니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송첱호 울산남구문화원 향토사연구소장·문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