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영의 버섯이야기(22)]반지중버섯 알버섯

2022-05-09     경상일보

우리 식생활에 외국의 다양한 식품 및 식재료가 소개되면서 지중버섯 트러플을 모르면 식품 이야기를 나눌 수 없는 지경이 됐다. 지중버섯은 땅속에서 나는 버섯을 지칭한다. 우리에게 친숙한 지중버섯으로는 알버섯과 복령이 대표적이다. 그 외 검은덩이버섯(트러플의 일종), 대리석덩이버섯(트러플의 일종), 속검정덩이버섯, 감자덩이버섯(헝가리트러플) 등도 국내에서 발견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일본지하생균연구회가 발족됐고 우리나라에서도 전남도산림자원연구소에서 트러플 재배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다.

학명이 ‘Rhizopogon roseolus’인 알버섯은 담자균류 알버섯과에 속하는 밤톨 정도 크기로 땅에 반쯤 묻혀 있는 반지중버섯이다. 절단해서 내부를 보면 백색으로 미로상의 작은 방처럼 구획이 나 있다. 일본명이 송로(松露)로 최고의 식재료 중 하나로 치는 향이 좋은 버섯이다. 이에 반해 서양의 트러플은 일본에서 ‘서양송로’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구분 없이 마구 사용하고 있다. 서양송로 트러플은 학계에서는 ‘덩이버섯’이라 부른다.

‘알버섯은 5월에 동해안 해송림에서 발생한다’는 버섯도감의 내용을 믿고 알버섯을 찾아 대왕암공원과 진하해수욕장을 해맨 적이 있었으나 두 곳 모두 알버섯이 자라날 환경이 아닌 듯 찾을 수가 없었다. 오히려 그 후 알버섯을 발견한 곳은 태화근린공원, 울산대학교, 가지산, 영축산, 경주 남산 등이다. 꼭 바닷가가 아니더라도 소나무가 있는 곳이면 자랄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일본에서는 소나무 살리기의 일환으로 소나무 아래 낙엽 긁기를 해 온 결과 알버섯이 한 가마니 정도씩 나오기도 한다.

울산에서는 ‘울산생명의 숲’에서 매년 대왕암공원에서 소나무 낙엽 긁기를 하고 있다. 소나무도 살리고, 산불 방지에도 효과가 있고, 알버섯도 채취하고, 그야말로 일석삼조이다. 여기에 알버섯 요리 문화까지 우리가 선도하는 그런 날을 그려본다. 작년에 다시 가본 대왕암공원은 낙엽 긁기 한 곳이 맥문동 밭이 되어 있어 자못 안타까웠다.

이미 명성이 높은 서양의 트러플도 못지 않게 우리가 가지고 있는 소중한 식재료의 가치를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버섯의 한류 바람을 일으킬만 한 것은 송이뿐 아니라 알버섯, 맛솔방울버섯, 꽃송이버섯 등 여럿 있다.

최석영 울산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