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수주호황에도 인력난, 정부가 나설 때다
2022-05-11 이재명 기자
조선업계에 따르면 국내 ‘빅3’ 가운데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은 지난달 이미 올해 수주목표의 절반 이상을 채웠고, 나머지 업체들도 지난해부터 전에 없던 수주 랠리를 기록 중이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등의 여파로 올해 1분기 LNG운반선 발주량은 2억9986만CGT(표준선 환산톤수·37척)으로 분기 기준 최대를 기록했다. LNG선은 고부가가치 선박일 뿐만 아니라 한국의 수주점유율이 90%가 넘는 ‘효자’ 선종이다.
그러나 조선업계의 표정이 마냥 밝지만은 않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사내 협력사를 포함한 국내 조선소 인력은 2014년 말 20만3441명에서 지난해 말 9만2687명으로 7년 새 54%나 줄었다. 특히 조선업 불황이 닥쳤던 2016년과 2017년에는 생산인력이 전년 대비 각각 17.5%, 34.3% 감소했다. 협회는 올해 9월 기준 조선 현장의 생산기능인력(협력사 제외)이 4만7000명까지 필요하지만, 현재 인력 수준은 3만8000명대에 머물러 9500명이 추가적으로 투입돼야 한다는 분석을 내놨다.
인력난은 2016~2019년 조선업 불황에 따른 구조조정의 여파가 크지만 설계·연구 등 기술력을 보유한 인력들이 조선업 취업을 꺼리는 것도 큰 이유로 지목된다. 그러다보니 한국업체에 발주를 원하는 해외 선사들이 중국이나 일본으로 발을 돌리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울산상공회의소는 조선업 인력난을 타개하기 위해 6개 부처에 대책을 건의하기도 했으나 뾰족한 대안은 나오지 않고 있다. 이 가운데 법무부는 최근 조선업 관련 용접공·도장공·전기공학·플랜트공학기술자 등 4개 직종에 대한 E-7 비자발급 요건을 완화했지만 현대중공업 노조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며 반대입장을 밝혔다.
모처럼 맞은 조선업 호황이 인력난 때문에 좌절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국가산업과 지역경제, 기업, 근로자 모두를 위해 하루 빨리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지난 2016년 구조조정의 악몽을 다시 재현하는 일은 다시는 없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