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능력주의 인사가 꼭 최선은 아닐 수도 있다

2022-05-18     경상일보

윤석열 정부의 1기 내각이 출범했다. 연령으로는 50·60대, 남성 위주이며, 영남 출신과 서울 출신이 많고 일부 지방 출신도 있다. 지방 출신이라도 서울에서 고등학교를 마친 경우가 많다. 학력을 보면 서울대가 절반을 차지하고, 거의 대부분이 명문대 출신이다. 그리고 최근 뉴스 보도에 의하면, 본인과 직계존비속의 재산을 합쳐 평균재산은 30억원대이고, 거의 절반 정도가 강남에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다.

이런 1기 내각에 대해 “국민 통합과 다양성이 고려되지 않았다”는 비판도 있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1기 내각을 발표하면서, 인위적인 할당이나 안배는 고려하지 않고, “능력과 인품을 겸비해 국민을 잘 모실 수 있는” 분을 모셨다고 했다. 한 마디로 능력만을 보고 능력위주로 인사를 했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 본인이 연세대 교수 아버지 밑에서 자랐고 서울법대를 거쳐 검사가 됐으며, 수도권의 특수부에서 주로 근무하면서 굵직한 사건을 여러 차례 수사한 것을 보면, 모든 면에서 능력이 출중하지 않고서는 그렇게 될 수가 없다. 1기 내각을 구성한 사람들 역시 각 분야에서 공부도 많이 하고 그 동안 충분히 능력을 검정 받은 사람들이다. 장관 자리 이상이라도 충분히 감당할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다. 윤석열 정부는 내각을 보나 발표되는 메시지를 보나 능력을 자유롭게 발휘할 수 있는 능력주의 정부라고 해도 좋다.

우리나라 사람 대부분은 능력 있는 사람이 출세하고 잘 살아야 한다는 능력주의에 동의한다고 한다. 그리하여 공부 잘하는 사람이 좋은 대학교에 가고, 능력 있는 사람이 승승장구하며 결국 권세와 부를 차지하는 것에 대해, 그것이 불공평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별로 없다. 자신보다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권세와 부를 차지할 때, 오히려 자신의 무능력을 한탄할 뿐이다. 그런 면에서 능력주의라는 말은 다른 한편으로 보통 사람들에게는 엄청 가슴 아픈 단어이기도 하다.

그런데 너무나 당연해 보이는 능력주의에 대해, 대니얼 마코비츠라는 예일대 로스쿨 교수는 <엘리트 세습>이라는 책에서 본격적인 의문을 제기했다. 현대 선진국 사회에서는 귀족계급이 없어지고 엘리트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는데, 그들은 귀족 같은 전통성이 없기 때문에, 자신들의 부와 특권을 호옹하는 수단으로서 능력주의를 강조한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능력주의는 하나의 속임수라는 것이다. 그런 엘리트 계층은 자신의 능력을 유지하고 발휘하기 위해 스스로를 혹사시키는 부작용도 있지만, 그런 과정에서 엄청난 부를 축적하고, 정치헌금을 통해 정치권력까지 좌지우지하며, 능력이 아닌 인종이나 성별 차이에 바탕을 둔 차별에는 극도로 민감해서 모든 계층을 골고루 반영하려는 민주주의를 왜곡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런 엘리트 계층은 무능력하게 보이는 수많은 근로자와 중산층을 모욕하고, 자신의 지위를 자손들에까지 세습하기 위해 자식들을 능력주의자로 만드는 데에 엄청난 노력과 돈을 쏟아붓는다고 한다.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한 마이클샌델 교수도 이 책의 내용에 공감하면서 이 책이 적어도 능력을 자랑하는 엘리트들에게 하나의 성찰의 계기는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작년 1월7일 tvN 월간커넥트 인터뷰에서, 하버드대학교는 매년 정원 2000명에 대해 입학원서를 4만개를 받는데, 공부할 능력이 부족한 2만개 정도를 빼고, 나머지 2만개 중에서는 어차피 누구를 뽑아도 납득이 되기 때문에, 2만개 중에서 추첨으로 입학생을 뽑으면 어떻겠느냐 하는 제안을 했다. 그러면 최소한 하바드 졸업생에게 겸손함을 가르칠 수 있고, 입시에 따른 청소년들의 중압감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각 개인이 성공을 위해 능력주의로 달려갈 때에는 절대로 우리 사회의 불평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그것보다는 더 넓은 시야가 필요한데, 그 유일한 해법은 다 함께 더 나은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노력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라고 했다. 그는 엘리트 계층의 공감능력 부족을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그런 점에서 너무 능력 위주로 인사하는 것이 꼭 올바른 철학이 아닐 수도 있다. 국민 전체를 대변하기 위해 정부 요직에는 인위적으로라도 할당이나 안배가 필요할 수도 있다.

정희권 민가율합동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