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기업 지방 이전 없이는 지방소멸 막을 수 없다

2022-05-20     이재명 기자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액 상위 기업 1000곳 가운데 152곳을 대상으로 지난달 11~27일 ‘기업의 지방 이전 및 지방 사업장 신증설에 관한 의견’을 조사한 결과 기업 10곳 중 9곳(89.4%)이 지방 이전 계획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이전을 고려 중인 기업은 2.0%에 불과했고, 7.9%는 이미 이전을 완료했다고 답했다. 가장 큰 원인은 교통·물류 인프라 부족으로 확인됐다.

기업의 지방 이전은 지역균형발전에 큰 영향을 미치지만 이같은 조사 결과를 봤을 때 기업 지방 이전을 통한 지방 도시의 부흥은 아직 요원한 것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기업들의 지방 이전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없어지도록 정부와 지자체는 획기적인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

전경련에 따르면 기업들이 지방 이전을 꺼리는 요인으로는 교통·물류 인프라 부족(23.7%), 기존 직원 퇴사 등 인력 확보 어려움(21.1%), 규제(12.3%), 사업장 부지 확보 애로(12.1%) 등이 꼽혔다. 또 지방 이전에 필요한 유인책으로는 교통·물류 인프라 지원(22.8%), 세제 혜택 및 설비투자 지원(14.5%), 규제 및 제도 개선(12.9%) 등이 거론됐다.

안 그래도 울산은 지금까지 끊임없이 기업의 지방 이전을 종용하고 유도해왔다. 울산상공회의소를 비롯한 많은 단체가 범시민운동을 펼쳐왔고, 또 울산의 기업들이 다른 곳으로 이전하지 않도록 기업 사랑하기 운동도 펼쳐왔다. 그러나 대부분은 큰 효과 없이 끝났다. 최근에는 울주군지역의 민간 단체들이 ‘온산국가산업단지 대기업 본사 이전 유치 운동’을 전개했으나 별다른 소득 없이 유야무야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기업의 본사와 공장 등을 유치하는 노력을 포기하지 않아야 하는 것은 갈수록 지방과 중앙간의 격차가 심해지고 그럼으로써 지방 소멸의 위기가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역대 정부는 지역균형발전을 수없이 외쳤다. 그러나 중앙과 지방의 격차는 오히려 갈수록 커졌고 이제는 인구의 50%, 대기업 본사의 75%가 수도권에 위치하게 됐다.

수도권만 남고 비수도권은 공동화되는 지방소멸이 가속화된다면, 비수도권 지역의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생존이 위태로워진다. 그렇게 되면 말이 대한민국이지 수도권과 지방이 공멸의 길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 정부와 지자체는 교통·물류 확충 뿐만 아니라 비수도권으로 본사를 옮긴 대기업에 파격적인 혜택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지역 중소기업들의 인력난 해소를 위해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