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한5% 전세 재계약땐 평균 6천만원 더 내야

2022-05-24     석현주 기자
‘5% 내 계약갱신권’이 종료된 울산의 전세 매물이 시장에 풀렸을 때 보증금이 평균 6000만원가량 더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고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오름폭이 커지면서 상위 40% 이상 아파트 전세의 경우, 갱신권이 풀리면 기본 1억원 이상의 보증금을 더 얹어줘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23일 KB국민은행 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울산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2억3832만원이다.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등의 임대차법이 시행된 2020년 7월(1억7105만원)보다 6727만원(39.3%) 상승했다.

만약 임차인이 전월세상한제 5%를 활용해 재계약한 상태라면 신규 계약으로 전환하는 오는 7월31일 이후부터 시세 격차(약 34.3%p)에 따른 증액분을 준비해야 한다. 당시 전셋값 수준에서 상한제 5%를 적용해 재계약한 경우라면 올해 계약 시 더 내야 할 전세 보증금이 평균 5872만원에 이른다.

전세값 상승폭은 고가 아파트일수록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월 기준 상위 20%에 속하는 5분위 아파트의 평균 전셋값은 4억3343만원으로 2020년 7월(3억393만원)보다 1억2950만원(42.6%) 올랐고, 4분위 아파트는 1억452만원(53.4%) 상승했다.

물론 이는 산술적인 계산이다. 전세 수요와 매물, 시세 상승 여력 등에 따라 집주인들의 보증금 조절 여력이 달라질 수 있다.

개별 단지나 면적, 물건 유형에 따라 전셋값 상승 폭이 생각보다 적을 수도 있다. 하지만 반대로 임차인이 체감하는 상승 폭이 2~3배 정도 더 증폭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전세계약갱신 청구권 만료일이 다가오는 8월을 앞두고, 역대 최고가 전세를 갱신하는 아파트단지들이 속출하고 있다. 최고가에서 소폭 조정돼 거래되는 매매계약과는 대조적이다.

국토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5월 둘째주 남구 문수로2차아이파크(84㎡)가 6억5000만원(11층)에 전세 계약을 맺으면서 역대 최고가를 갱신했다. 2년 전엔 매매도 가능했던 금액이다. 남구뿐만 아니라 울산 5개 구군 전 지역에서 전세가 최고가 갱신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북구 달천아이파크1차(84㎡) 역시 최근 3억7000만원(15층)에 전세 세입자를 만났다. 임대차법 시행 이전 2020년 2월(1억9000만원·4층)과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 오른 수준이다.

또 중구 남외동 일신에일린의뜰(133㎡)은 5억3000만원(8층)으로 최고가를 찍었다. 직전 거래(3억원·13층)보다 2억3000만원 높아진 금액이다. 직전거래는 계약 갱신권을 적용한 사례로 추정된다.

지역 부동산 업계에서는 여전히 전세 실수요 매물이 많은 신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전셋값 상승 여력이 클 것으로 확신하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 전세를 내놓는 집주인들도 ‘계약갱신권’을 고려해 향후 4년을 바라보고 세를 내놓아야 한다. 매매가격은 소폭 조정되고 있지만, 향후 전셋값 오름세나 임대차법 지속 여부를 가늠할 수 없는 상황에서 보증금을 무턱대고 내릴 수도 없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