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홍가의 정원이야기(27)]식물이 주인공인 루리가든
마천루로 유명한 현대건축의 전시장. 미국의 시카고에 밀레니엄 파크가 있다. 2004년 이 공원의 주차장 건물 상부에 루리가든이 조성되었다.
피트 아우돌프가 북미에 처음으로 식재 디자인한 정원이다. 측백나무 생울타리로 둘러싸인 정원 너머로 높은 건물이 솟아있다. 상대적으로 고요한 덕분에 방문객은 식물에 일어나는 소소한 현상들을 집중하며 관찰할 수 있다. 곤충의 바쁜 움직임이 펼쳐지는 자연의 구조물인 식물. 그 위에 우뚝 솟은 현대인의 빛나는 건축 작품. 상반된 두 세계를 동시에 마주하게 되면 일상의 감각이 새로워지는 흥미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
루리가든이 처음 개장할 당시에는 방문객들의 반응이 엇갈렸다. 다년생 초화 정원이 생소했던 사람들에게는 각 식물의 크기에 실망했다. 보랏빛 물결인 ‘샐비어 강’으로 유명한 디자인 의도를 실제로 볼 수 있는 크기로 식물이 자라는 데 약 2년이 걸렸다. 방대한 수의 식물이 지역의 곤충과 조류 개체군에 좋은 서식처 환경을 제공한다. 합성 살충제나 비료를 사용하지 않아 대도시 환경에서 지속 가능하고 책임감 있는 정원관리가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 5월7일 루리가든의 수석원예사로 일해 온 로라 에카세티야가 울산을 방문했다. 울산조경협회는 울산의 정원 문화 확산과 태화강 자연주의정원의 성공을 기원하는 회원들의 뜻을 모아 세미나를 마련했다. 전국의 정원 애호가들도 뜻깊은 자리에 함께했다. 오세훈 가드너의 자연주의 정원과 식물이야기 로라의 루리가든 탄생 배경과 도시 정원 시민 정원사들의 활동 이야기 등으로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겨 관심과 질문도 이어졌다.
울산은 앞으로 전 세계 정원 전문가의 필수 답사코스가 될 것이다. 로라와 같은 열정과 경험을 가진 정원사들이 태화강 자연주의 정원의 화려한 꽃밭 사이에서 씨송이를 다듬고 있는 장면을 상상해 본다.
정홍가 (주)쌈지조경소장·울산조경협회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