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파업 업무방해죄 처벌...헌재, 형법조항 합헌 결정

2022-05-27     차형석 기자
노동자의 쟁의행위인 파업을 업무방해죄로 형사처벌하는 현행 형법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심리 10년 만에 내려졌다.

헌법재판소는 26일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간부 A씨 등이 형법 314조 1항 중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 부분이 헌법에 위반된다며 낸 헌법소원 청구 사건에서 재판관 4(합헌)대5(위헌)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일부 위헌 의견이 5명이었으나 위헌 결정 정족수(6명 이상)에 이르지 못해 합헌 결론이 나왔다.

재판부는 “단체행동권은 집단적 실력 행사로서 위력의 요소를 가지고 있으므로 단체행동권 행사라는 이유로 무조건 형사책임이나 민사책임이 면제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사용자의 재산권이나 직업의 자유, 경제활동의 자유를 현저히 침해하고 거래 질서나 국가 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일정한 단체행동권 행사 제한은 가능하다”고 전제했다.

이어 “심판 대상 조항은 사용자가 예측하지 못한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뤄져 사용자의 사업 운영에 심대한 혼란이나 막대한 손해를 초래해 사용자의 사업 계속에 관한 자유의사를 제압·혼란시켰다고 평가할 수 있는 집단적 노무 제공 거부에 한해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다”며 “단체행동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반면 일부 위헌 의견을 낸 재판관들은 “단순 파업 그 자체를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하는 것은 사실상 근로자의 노무제공의무를 형벌 위협으로 강제하는 것”이라며 “노사관계에 있어 근로자 측의 대등한 협상력을 무너뜨려 단체행동권의 헌법상 보장을 형해화할 위험도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의 발단은 2010년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에서 벌어진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 정리해고다.

비정규직지회 간부 A씨 등은 노동자 18명이 해고 통보를 받자 3회에 걸쳐 휴무일 근로를 거부했는데, 검찰은 자동차 생산업무를 방해했다는 혐의(업무방해)를 적용해 A씨 등을 기소했다. 1심에서는 유죄가 선고됐다. A씨 등은 항소심에서 위헌 제청을 신청했지만 기각되자 2012년 2월 헌법소원을 냈다.

이번 사건은 만 10년간 헌재에서 계류돼 헌재의 대표적인 장기 계류 사건으로 불렸다. 심지어 2016년 이후에는 헌재에서 심리조차 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 사이 A씨 등은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차형석기자 stevech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