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4차산업혁명에 대응하는 도시건축의 변화

2022-06-01     경상일보

건설산업이 이 나라의 경제성장과 함께 부흥하던 시절, 건축·건설 분야는 많은 젊은이가 희망하는 직업 중 하나였다. 그 시절에는 현재 대학 입시에서 가장 치열한 의학 분야를 넘어서는 결과를 보여주기도 했다. 졸업과 동시에 취업이라는 장점과 상대적으로 높은 월급이라는 매력으로 건축가가 학생들의 인기를 끌었던 것이다. 산업 호황기를 지나면서 건축전공의 인기가 잠시 시들해졌다가 다시 인기를 끈 것은 드라마의 영향이다. 건축디자이너로 멋진 인생을 살아가고자 꿈꾸는 학생들의 선망 대상이 되면서 건축전공은 선호도 높은 학과로 다시 부상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시 비인기 전공이 돼 있다. 21세기 4차산업혁명 관련 전공이 미래의 주요한 먹거리로 주목받으면서 건축을 4차 산업의 발달에 비교적 관련 없는 전공으로 간주하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러나, 정말로 건축은 4차산업혁명이라는 시대적 패러다임 전환에 적합하지 않은 직업인가?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으로 건축의 스마트화로 새로운 패러다임 전환에 대응하는 몇몇 건축의 흐름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최근 완공된 ‘네이버 1784 제 2사옥’(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178-4)은 혁신의 아이콘으로 이슈가 되고 있다. 그 이유는 건축물 자체가 기술이라는 콘셉트로 지어졌고, 기업의 사옥을 공간·기술·사람·로봇이 연결되고 융합기술(convergence technology)의 테스트베드(Test-bed) 역할을 하도록 설계된 국내 최초 사무소 건축 사례이기 때문이다. 건물 내부에 로봇이 돌아다니며 업무를 지원하고, 로봇 딜리버리, 스타벅스 음료 주문, 주차 위치 확인 같은 생활 지원 서비스를 스마트폰으로 지원한다. 실내 환경은 독립공조 환기 시스템을 도입해서 감염병 확산을 방지하고 복사 냉방 시스템을 통해 사무실의 쾌적한 실내 온도를 유지하며 친환경 LED조명을 도입하여 모바일 제어가 가능하게 만들었다. 또한 건축물 외부를 트리플 스킨 파사드(Triple-Skin Facade) 시스템으로 설계해서 커튼월 건축물의 단점인 빛과 열로 인한 건축물 유지 관리비용 증가 문제를 해결하고, 키네틱 파사드(Kinetic Facade)를 적용하여 외부환경 변화에 따른 건축물 외장재가 움직이고 이는 실내 쾌적성을 향상하는 데 역할을 하도록 설계되었다.

도시에 ICT 기술을 결합한 스마트시티 분야도 4차산업혁명시대 건축의 현주소다. 도시 내 에너지 효율성 향상을 위한 스마트 그리드 기술, 도시의 교통과 관련된 스마트 모빌리티 교통정보 시스템을 통한 안전하고 효율적인 교통망 구축 기술 등이 있다. 스마트 그리드의 사례로 미국의 텍사스주 오스틴시의 피칸 스트리트, 콜로라도주 볼더시 스마트그리드시티가 있는데 이들은 에너지, 인터넷과 더불어 가스와 물까지 포괄적 메니지먼트를 하고 있다. 신흥국으로는 아부다비의 마스다르시티와 중국 텐진의 에코시티를 들 수 있다. 일본도 4개 지역에서 스마트시티의 실증사업을 개발하여 진행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부산 에코델타시티와 세종시가 시범도시로 선정되어 한국형 스마트시티를 구축하고 있다.

이쯤에서 다시 ‘정말로 건축은 4차산업혁명이라는 시대적 패러다임 전환에 적합하지 않은 직업인가?’라는 의문의 답을 위의 사례에서 확인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국내에서 최초로 쏘아 올린 네이버의 작은 공이 미래의 건축 설계와 시공기술에 미칠 영향을 기대해 본다. 또한, 현재의 건축학도들과 미래의 꿈나무들이 혹여 ‘시대의 패러다임 전환에 뒤떨어지는 분야에 들어선 것은 아닌지’라는 불안감을 갖고 있다면 나의 작은 글이 그런 걱정을 조금이나마 덜어줄 수 있기를 희망한다.

정수은 울산과학대학교 건축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