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부시장 구속영장 실질심사로 마무리하는 한해

2019-12-30     정명숙 기자
저무는 한해가 어수선하다. 민선 7기 2년차를 맞아 새로운 사업 추진에 박차를 가하며 야심차게 출발했으나 ‘하명수사 의혹’ 속에 유례없는 혼란으로 두서없이 한해가 마무리되고 있다. 새로운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을 앞두고 새로운 희망을 이야기하기는커녕 지난해 치른 지방선거의 검은 그림자에 갇혀버린 형국이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한해의 마지막을 송병기 경제부시장의 구속영장 실질심사 결과를 지켜보면서 보내야만 한다.

송부시장의 구속 여부와 상관없이 내년 울산시정의 혼선은 불가피하다. 송철호 울산시장의 오른팔이나 다름없는 송 부시장이 직격탄을 맞은데 이어 새해엔 검찰의 칼날이 송시장에게로 향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송시장은 30일 경제자유구역 예비지정·수소시범도시·수소융복합단지 선정 발표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동안 열심히 일한 성과를 알리는 자리였지만 기자들은 물론이고 시민들의 관심사는 오히려 송부시장의 영장실질심사와 관련한 송시장의 입장에 쏠렸다. 송시장은 “이유야 어떻든 시장으로서 부시장이 이런 재판을 받는데 대해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펑펑 내리는 눈이 좀체 그칠 기미가 안 보이는데 눈이 좀 그친다면 눈을 치우는 심정으로 소상히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눈이 그치기는 할는지, 소상히 말할 기회가 오기는 할는지 알 수가 없다.

불안감 속에 마무리하는 2019년이지만 산업도시로서 새로운 성장가능성을 다양하게 타진해본 한해였음에는 틀림없다. 지난 1년반동안 송시장이 펼쳐놓는 △부유식해상풍력발전 △수소경제 △동북아오일·가스허브 △원전해체산업 △백리대숲 품은 태화강국가정원 △울산 첫 국립병원 △외곽순환도로와 도시철도망 등 ‘세븐브리지(7개 성장다리)’가 겨우 첫단추를 끼웠다. 하지만 하나같이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신성장동력인지라, 멀고도 험한 항해가 비로소 시작된 셈이다. 그런데 진로를 결정하는 돛의 역할을 해야 할 울산시장과 부시장이 하명수사의혹의 소용돌이에 갇혀 항해는 더욱 험란해졌다.

믿을 건 오로지 시민들의 힘이다. 시민 모두가 힘을 보태 신성장동력을 끌고가지 않으면 안되는 절박한 한해의 시작이 바로 내일이다. 하명수사든 선거개입이든 그것의 옳고 그름은 검찰과 정치권에 맡겨두고 우리는 울산의 미래를 위한 실질적인 일에 몰두해야 한다. 정치에 휘둘리지 않고 제 할일을 묵묵히 하는 공직자와 다양한 역량을 결집하는 시민사회의 힘이 바로 신성장동력을 끌고가는 지렛대가 될 것임에 틀림없기 때문이다. 아울러 여야를 막론하고 누구도 울산의 시정을 정쟁의 도구로 삼지 못하도록 감시의 눈도 부릅뜨지 않으면 안된다. 2020년의 출발선이 어느해보다 험난하지만 우리 스스로 희망을 만들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