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고삐 풀린 물가, 취약계층 보호에 힘 쏟아야

2022-06-07     경상일보

물가의 고삐가 풀렸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가 1년 전보다 5.4%(울산 5.3%) 상승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8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일 “경제 위기를 비롯한 태풍 권역에 우리 마당이 들어가 있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지방선거 이후의 국정에 대해 기자가 묻자 “정당의 정치적 승리를 입에 담을 상황이 아니다”라면서 “집의 창문이 흔들리고 마당의 나뭇가지가 흔들리는 것을 못 느끼시냐”고 반문했다.

물가 상승은 석유류와 농축수산물, 외식비 등이 상승을 주도했다. 휘발유·경유가 각각 27%·46% 급등하고, 돼지고기·수입소고기도 각각 20%·28%나 올랐다. 특히 체감물가를 보여주는 생활물가지수는 6.7%까지 올랐다. 울산의 경우 최근 휘발유와 경유 모두 ℓ당 2000원을 돌파했다. 정부가 최근 유류세 인하 폭을 30%로 추가 확대했지만 코끼리 비스켓 격이다.

물가가 무섭게 치솟자 일부에서는 공포감마저 생겨나고 있다. “가격을 올리지도 못하고 양을 적게 넣지도 못하고…IMF 때보다 힘들어요.” 동네 반찬가게들 사이에서 한숨이 나오고 있다. 각 가정에서 느끼는 체감 물가는 훨씬 높다. 통계청이 발표한 외식 물가 상승률은 7.4%였다. 한국은행은 “6월, 7월에도 5%대 물가상승률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6% 벽을 넘는 건 ‘시간문제’라는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물가상승은 모든 국민들이 알다시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글로벌 공급망 차질, 국제유가·원자재·곡물값 인상 등이 원인이다. 따라서 정부와 지자체 차원에서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다. 유류세 인하와 주요 수입 원자재 무관세(0%) 적용 등 웬만한 카드는 이미 거의 다 사용한 상태다.

파죽지세로 치솟는 물가를 실질적으로 잡는 방법은 없다. 그렇지만 최소한 취약계층의 생활을 보장하는 안전망은 확보해야 한다. 대기업 직원들이나 공무원 등은 꼬박꼬박 나오는 월급으로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지만 취약계층들은 금리에 물가까지 오르면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된다. 울산시와 각 지자체는 영세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등 고물가에 고통받는 계층을 대상으로 맞춤형 재정·금융 지원책을 적극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 물가불안시대에 편승해 가격을 올리는 행위도 감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