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기, 시중 부동자금 수신상품으로 쏠려
금리 인상기를 맞아 시중의 부동자금이 예적금 등 시중은행의 수신상품으로 쏠리고 있다.
올 연말 기준금리가 2.25~2.50% 수준까지 오를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당분간 이같은 쏠림 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7일 통계청 통화금융통계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울산지역 예금은행의 원화예금 잔액은 20조3916억원으로 관련 통계 집계 이후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년 전보다 1조2650억원 늘어난 수치다.
시중의 부동자금이 예적금으로 쏠리고 있는 것은 한은의 잇단 기준금리 인상으로 자산시장의 불안정성이 가중되며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금리·환율·물가 등 경제지표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주식·부동산 등 수익을 쫓아 움직이던 자금이 안전자산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시중은행이 발빠르게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고 있는 것도 한 배경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6일 한은이 기준금리를 1.50%에서 1.75%로 0.25%p 인상하자, 주요 은행들은 곧이어 수신상품의 금리를 최대 0.40%p 인상하며 예적금 유치에 나섰다. 이런 흐름은 금리 인상이 본격화 된 올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올 연말 기준금리가 2.25~2.50% 수준까지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시장의 일반적 예측인 만큼 이같은 역 머니무브 현상은 더욱 가속화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선 이같은 금리 상승기엔 예적금 주기를 짧게 설정하며 금리 인상의 혜택을 온전히 누리는 것도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하반기에도 2~3차례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은 만큼 6개월, 12개월 단위로 비교적 짧게 예적금 주기를 잡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여기에다 일본 엔화의 저가 현상이 장기화되자 엔화 예금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7일 엔·달러 환율은 한국시간 오전 10시31분 기준 달러당 132.7538엔까지 올랐다. 이에 따라 달러 대비 엔화 가치는 2002년 4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유로화 대비로도 7년 새 최저를 나타냈다.
이처럼 엔화 가치가 2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자 엔화 예금으로 투자 수요가 몰리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시중 5대 은행의 4월말 기준 엔화 예금 잔액은 6046억엔(약 6조143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약 4820억엔)과 비교하면 20% 이상 급증한 금액이다. 올해 들어 특히 엔저 현상이 지속되자 유학생·무역업체·관광업계 등 일본과 교류하거나 외환 시세차익을 기대하는 수요의 저가 매수세가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엔화 예금은 특히 3월부터 급증해 3월에만 약 580억엔이 늘어났다.
이와 달리 안전자산의 하나로 꼽히는 달러에 대한 예금은 최근 감소세로 돌아섰다. 5대 은행의 4월말 기준 달러 예금 잔액은 546억달러(약 69조9972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말보다 48억 달러 감소한 규모다.
외환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상, 물가 상승, 스태그플레이션, 재정 긴축, 세계 공급망 차질, 우크라이나 전쟁 등 세계경제 변화 요인들이 증가하면서 달러 예금에서 엔화 예금으로 갈아타는 등 안전 자산을 찾으려는 수요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