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파업 장기화…곳곳서 대치·마찰
2022-06-14 차형석 기자
◇신항 긴장감 고조…산업현장 곳곳 집회 대치
화물연대 울산지역본부는 13일 오전에 울산신항에서 조합원 800명(경찰 추산)이 참여한 가운데 총파업 결의대회를 가졌다. 결의대회에서 화물연대는 “이번 협상 결렬은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의 책임이다”고 정부를 성토하며 안전운임제 확대와 일몰제 폐지를 거듭 촉구했다.
화물연대는 당초 이날 신항으로 드나드는 컨테이너를 전면 통제하는 등 봉쇄할 예정이었으나, 오전에는 물량이 거의 없었는데다 경찰도 사전에 경력을 대거 배치하고 2개 차선을 확보한 상태여서 우려했던 마찰은 없었다. 하지만 오후에 물량이 본격적으로 나오면서 진출입하는 컨테이너 차량을 향해 욕설을 하는 등 일촉즉발의 상황까지 갔으나 경찰의 제지 등으로 큰 마찰없이 상황은 종료됐다.
화물연대는 신항 뿐 아니라 온산공단 내 고려아연과 LS니꼬동제련 앞에서도 선전전을 벌이기도 했다. 이들 회사는 반도체 세척에 쓰이는 고순도 황산(PSA)을 생산해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에 판매한다.
현대차도 생산차질은 계속됐으나, 비조합원 납품 차량이 늘어나면서 생산라인 가동률이 지난주에 비해 소폭 상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등 조선업계에도 자재 운송 등에서 물류 차질이 본격 시작되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화물연대 파업 장기화에 따라 일부 생산 공정이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파업 1조6000억원 피해 추산…마라톤 협상 결렬
산업통상자원부는 민주노총 화물연대의 총파업으로 엿새(7~12일)간 발생한 피해 규모가 1조6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철강업계에선 엿새간 총 45만t의 출하 차질이 발생했다. 철강 제품의 평균 단가를 t당 155만원으로 매기면 6975억원 규모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할 수 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는 재고 적재 공간 부족으로 이날부터 선재·냉연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석유화학업계는 전남 여수, 충남 서산 대산공단을 중심으로 제품 반출이 제한돼 5000억원 상당의 제품 출하 차질이 빚어졌다. 자동차 업계는 5400대의 생산 차질로 승용차 평균 판매가 4759만원을 적용한 피해 규모가 2571억원일 것으로 추산됐다.
이런 가운데 지난 12일 오후 2시부터 진행된 정부와 화물연대간 ‘4차 마라톤 교섭’은 결렬됐다. 결렬에 대한 책임 공방 속 재계에서는 업무개시명령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편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와 울산시민연대 등 울산지역 30개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날 고려아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화물노동자 탄압을 중단하고, 국회는 안전운임제를 적용받을 수 있도록 일몰제 조항을 당장 폐지하라”고 촉구했다. 차형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