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만에 뒤집힌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
2022-06-17 김두수 기자
지난 2020년 9월 서해상 표류 중 북한군 총격에 사망한 뒤 시신이 불태워진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씨에 대해 월북 시도를 단정한 것은 잘못됐다는 취지다.
고인의 명예 회복을 요구해온 유족은 “진실 규명의 첫 단추가 끼워졌다”며 환영했다.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은 이날 이 사건 관련 정보를 공개하기 어렵다며 1심 패소 판결에 항소했던 결정을 번복, 항소를 취하한 뒤 유족에게 사실상 사과했다. 안보실은 이날 법률대리인을 통해 서울고등법원 재판부에 항소 취하서를 제출했다.
이와 관련, 대통령 안보실은 보도자료에서 “우리 국민이 북한군에게 피살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유족에게 사망 경위도 제대로 알리지 않은 채 정보를 제한했던 과거의 부당한 조치를 시정하고,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하는 데 조금이라도 기여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안보실에서는 앞으로도 유족이 바라는 고인의 명예회복과 국민의 알권리 실현을 위해 노력해 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해경은 이날 애초 공개를 거부했던 사건 당시 수사 자료들을 공개한다. 특히 고인의 채무 등을 근거로 월북 시도 중 표류했다고 단정한 데 대해 공식 사과할 예정이다.
이번 결정은 윤석열 대통령이 약속한 바를 지키는 차원으로 보인다.
앞서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였던 지난해 12월 “문 정부는 도대체 무엇을 숨기고 싶나. 정부의 무능인가 아니면 북한의 잔혹함인가. 불과 1년 전 대통령이 유가족을 직접 챙기겠다고 했던 약속은 무엇인가”라고 비판하며 “제가 집권하면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당시 관련 자료를 공개할 것”이라고 공약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이날 전임 문재인 정부를 겨냥,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유족의 진상규명 요구에 국가가 제대로 응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지난 정부의 판단을 뒤집은 데 대해선 “신구 갈등이 아니라 유족의 진상규명 요구에 대해 정부가 응답했다고 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이미 대선 후보 시절 ‘유족이 억울함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도 반드시 진상 규명이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만일 민간인이 북한군에 의해 무자비하게 피살되고 시신이 불태워진 비인권적인 만행이 이뤄졌는데 이게 뚜렷한 증거 없이 자진 월북이라는 프레임 때문에 한 사람의 잘못으로 규정됐다면, 거기에 의도가 있다면 발표해야 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국방부나 해경 자료 외에 문재인 정부 청와대가 보유했던 이 사건 관련 자료는 임기 만료와 함께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돼 15년간 ‘봉인’됐다. 봉인을 해제하기 위해선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나 관할 고등법원장의 영장 발부가 있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충족하기 어려운 조건이라는 게 현 대통령실 판단이다.
김두수기자 dusoo@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