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서포터즈·관중 “정신차려 울산!”

2022-06-21     박재권 기자
프로축구

지난 19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을 찾은 울산 현대 팬들은 격앙된 감정을 숨기지 않고 격하게 반응했다. 울산 현대 서포터즈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날 열린 2022 K리그1 16라운드 경기에서 울산은 원정팀 전북 현대에 1대3으로 패했다. 관중들의 격앙된 반응에는 올해도 전북에 우승을 내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우려가 일정 부분 작용했다.

울산은 2019시즌부터 내리 3차례 준우승에 그쳤는데, 모두 전북에 우승 타이틀을 내줬다. 앞서나가다 전북과 맞대결에서 져 역전당하곤 했다. 그때마다 울산은 갈팡질팡했다. 반대로 전북은 울산전 승리를 발판으로 삼아 우승을 향해 내달렸다.

우승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번번이 전북에 덜미를 잡힌 모습을 봐온 울산 팬들로선 “또냐”는 ‘기시감’을 불러일으키는 결과다.

이번 전북전 상황을 반추하면 울산 팬들의 우승 갈증이 얼마나 간절한지 느낄 수 있다. 106번째 ‘현대가 더비’를 맞은 이날 입장 관중은 1만3192명으로 올 시즌 홈경기 최다다. 아직 리그 중반이지만 울산이 압도적 전력으로 선두를 질주하고 있는 상황인데다 리그 8위까지 내려앉은 전북의 예년만 못한 전력이 겹치면서 이날 승리에 대한 기대가 컸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울산은 경기 초반 집중력이 떨어지는 문제를 노출하며 소극적 플레이로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베테랑 센터백 김영권이 전반 2분만에 어이없는 실수를 해 실점과 다름없는 슈팅을 내주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이더니 결국 전반에만 3골을 얻어맞았다.

당연히 관중들은 발끈했다.

A씨는 “오늘처럼 관중이 많이 왔을 때 이기는 모습을 보여야 다음에도 경기장을 찾아오지 않겠냐’며 “매번 중요한 경기에서 맥없이 패하니 안타깝다”고 말했다.

실망감에 감정을 직접적으로 표출하는 팬들도 있었다. 특석의 한 팬은 경기 도중 계속해 욕설을 내뱉었고 이를 제지하던 다른 관중과 충돌해 경찰이 출동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결국 이 팬은 구단 관계자에 의해 퇴장 조치됐다.

경기 종료 후 서포터즈석에 앉아있던 일부 팬들도 선수단에게 “정신차려 울산”이라는 구호와 함께 야유를 보냈다. 주장 이청용을 비롯한 울산 선수단은 예상치 못한 반응에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팬들로선 무기력한 경기력에 대한 경고이기도 했다.

몇몇 팬들은 경기장을 빠져 나가며 경기 전 지급받았던 응원용 풍선을 발로 터뜨리는 등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남자친구와 함께 경기장을 찾은 C씨는 “이런 모습을 보게 되니 괜히 왔나 싶다”며 “울산을 계속 응원해야 할 지 솔직히 고민이다”고 말했다.

경기에 대한 실망은 팬들만이 아니었다.

경기 후 홍명보 울산 감독은 “그동안 자만에 빠져있었다”며 “매번 선제골을 내주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울산은 전통적으로 전반 초반 실점률이 다른 팀보다 높다. 예전부터 가진 좋지 않은 버릇”이라고 자책했다.

울산은 오는 22일 오후 7시30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서울과 원정 경기를 치른다. 울산이 전북전 참패의 아픔을 추스르고 승리를 이끌어낼 지 주목된다.

박재권 수습기자 jaekwon@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