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당연한 것은 없다

2022-06-21     정혜윤 기자

매년 적지않은 인구가 귀농, 귀촌을 한다. 정년퇴직을 한 50~60대들이나 최근에는 청년들 사이에서도 한적한 시골 정취를 느끼기 위해 전원주택을 지어 귀촌을 했다는 소식이 종종 들리곤 한다. 울산시농업기술센터와 울주군에서도 매년 다양한 영농기술 교육 지원 등을 통해 귀촌인들이 농촌에 새롭게 정착할 수 있도록 돕고있다.

그러나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 일어나는 관행적 소각은 시골 정취를 꿈꾸고 온 귀촌인들의 환상을 무너뜨린다.

지난 16일 울주군 상북면의 한 집성촌에서 기존 마을주민 대부분이 집 앞마당 등에서 모종 통, 비닐 등 영농폐기물과 소똥, 일반 쓰레기 등 대부분의 쓰레기들을 관행적 소각으로 처리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마을 주민들로부터 받은 영상과 사진에서는 뿌연 회색 연기가 마을 전체를 뒤덮고 있었으며, 별다른 소방용품도 비치해두지 않은 채 앞마당에서 아무렇게나 소각을 진행하는 모습은 혹여나 큰 화재로 이어질까하는 우려까지 일으키게 했다.

이러한 농가의 소각행위는 관행적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매달 적발 건수도 높은 편이다. 울주군에 따르면 지난달과 올해 매달 60~70건수에 달하는 불법소각행위가 적발되며 관련 민원도 지속적으로 신고되고 있다.

그러나 사진 등 증거가 있거나 현장에서 바로 적발을 해야 즉시 행정처분이 가능하지만, 현장적발 경우는 드물어 높은 적발건수에 비해 정작 지난해 과태료 부과 건수는 14건, 679만원에 불과하며 올해는 불법소각 적발 4건에 약 170만원만 부과된 상태다.

민간 불법소각은 자칫 큰 화재로 번질 위험이 크며, 대기오염까지 일으킬 수 있지만, 일부 원주민들은 수십년전부터 당연하게 진행됐던 행위라고 말한다. 실제 불법소각 취재를 위해 만났던 한 귀촌인은 “앞마당에서 쓰레기를 태우는 행위 자체가 잘못된 일인지를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며 “수십년동안 당연하게 살아온 행위를 왜 타지사람들이 와서 입을 대냐는 반응으로 수년째 감정싸움도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연한 것은 없다. 관행적 불법소각 기사가 출고된 뒤, 해당기사에 농가 불법소각은 너무나 만연화돼 있다며 근절을 위해 지자체의 적극적인 과태료 부과와 단속을 촉구하는 시민들의 댓글이 이어졌다. 최근 잦은 산불과 화재로 작은 불씨가 큰 화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농가를 중심으로 지자체가 적극 단속에 나서 당연시되던 불법소각이 근절되기를 바란다.

정혜윤 사회부 hy040430@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