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아동보호전문기관의 전문성 제고

2022-06-22     경상일보

불편한 이야기를 꺼내보려 한다. 모두가 이야기하고 싶지만 꺼내지 않았던 이야기, 교직에 있으며 불합리하고, 난처한 상황을 겪을까봐 하지 않았던 이야기다. 아동학대에 관한 일을 처리하는 아동보호전문기관에 관한 이야기다.

아동학대가 일어나면 신고의무자 또는 목격자들의 신고를 통해 사건이 접수된다. 접수된 신고를 처리하는 기관은 아동보호전문기관이다. 그러나 ‘아동보호전문기관’이라고 일컬어지는 곳은 공공기관이 아니라 ‘세이브 더 칠드런’, 혹은 ‘굿네이버스’과 같은 NGO 단체다. 시에서 위탁받아 운영한다. 공공기관이 아닌 시민단체, 민간단체이기에 이와 같은 조직의 전문성, 운영의 투명성, 아동학대사건을 다룰 때의 법적 이해도와 공정성 등에 대한 의문이 드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학교 내에서 아동학대가 의심이 되는 일이 발생해 신고가 접수되면, 아동학대 의심신고를 받은 경찰은 아동보호전문기관으로 사건신고를 넘기게 된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은 2~3명의 조사관을 해당 학교로 보내고, 이때 경찰의 도움이 필요하다면 경찰과 동행해 학교를 방문하게 된다. 학교에 도착한 조사관들은 아동학대 의심사건에 대해 조사를 하게 되는데, 조사를 받게 되는 교사들의 심정은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NGO 단체의 조사관들은 학교 현장에 대한 이해도가 없기에 교사들의 생활지도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지니고 조사를 진행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초기 조사가 끝난 후에는 조사 인터뷰 자료를 가지고 아동학대를 한 것으로 의심되는 교사들에게 처분을 내리게 된다.

참 이상한 일이다. 교육청 소속의 교사들에게 교육청 소속도 아니며, 법원도 아닌 기관에 처분의 결정권이 있다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이러한 불분명한 체계에 의문과 당혹감을 느낀 교사들은 처분에 불응하기도 하는데, 불응을 하게 되면,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는 해당 교사를 고소·고발한다. 아동학대 의심사안으로 경찰에 넘겨지게 되면 경찰서에 출석해야 하며, 영화에서나 보았던 경찰조사를 실제로 받게 된다. 의심 사안만으로도 조사가 진행되니, 죄가 있든 없든 피의자의 신분으로 차가운 철제 의자에 앉게 된다.

연일 쏟아지는 뉴스에서도 볼 수 있듯이 학교 현장의 교권은 붕괴되고 있고 조금만 싫은 소리를 들어도 학생이나 학부모들은 ‘신고 할거에요’라는 말을 무기처럼 꺼내고 있다. 특히 교사의 아동학대사건 조사는 그 무엇보다 앞뒤의 맥락과 현장을 파악하고 객관적인 입장에서 진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비공공기관이며 비전문기관의 판단에 처분이 맡겨지고, 이러한 판단에 항의를 하는 교사들에게는 경찰조사와 검찰송치가 이루어지는 이 답답한 현실은 교사에게 무력함을 줄 수밖에 없다.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교직 사회에서 충고처럼 도는 말이다. 현재 상황을 가장 잘 보여주는 말이기도 하며 암담한 교육계의 미래이기도 하다. 적어도 ‘신고할 거예요’라는 말이 협박처럼 쓰이지 않기 위해서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적합한 체제 확립과 학교 현장을 잘 아는 전문가의 투입이 시급하다.

김보민 남목초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