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연간 물가상승률, 금융위기 수준(2008년 4.7%) 넘을수도”
2022-06-22 석현주 기자
한은은 21일 ‘물가안정목표 운영 상황 점검’을 통해 이런 내용의 전망을 내놨다. 한은은 2019년부터 물가안정목표 운영 상황 점검 보고서를 매년 6·12월 연 2회 발간하고 물가 상황에 대한 평가, 향후 물가 여건·전망 등을 설명하고 있다.
한은은 우선 올해 상반기 중 물가 상황에 대해 “올해 들어 오름세가 크게 확대됐다”고 요약했다. 올해 1~5월 중 물가 상승률은 4.3%로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상반기와 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에는 13년 만에 처음으로 5%를 상회하기도 했다.
향후 물가 여건에 대해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유럽연합(EU)의 러시아산 원유 및 석유 제품 수입 제한, 중국 내 봉쇄 조치 완화 등으로 국제유가의 상방 압력이 높아진 상황”이라며 “곡물 등 국제 식량 가격은 전쟁 여파, 주요 생산국 수출 제한, 이상 기후에 따른 작황 부진 등으로 상당 기간 높은 수준을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한은은 당분간 물가 상승률이 5%를 크게 상회하는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경우 석유류와 가공식품 및 외식 물가 오름폭이 확대되면서, 5월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하반기에도 상황은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원유·곡물 등을 중심으로 해외 공급 요인의 영향이 이어지면서 상반기보다 오름폭이 확대될 것”이라며 “향후 물가 흐름은 국제 유가 상승세 확대 등 최근의 여건 변화를 감안할 때 지난 5월 전망 경로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한은은 또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유럽 등 주요국들의 물가 상황도 심각한 수준이라며 이에 대한 비교 진단도 내놨다. 미국은 5월 8.6%, 영국은 4월 9.0%를 기록하며 각각 1981년 12월, 1982년 3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한은은 “에너지 원자재 및 국제 식량 가격 등과 같은 해외 요인이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요국의 최근 물가 오름세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국가별로 보면 미국은 내구재, 유로 지역은 에너지, 우리나라는 식료품 가격이 상대적으로 크게 영향받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