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도입예고 체증식·50년 만기 대출, 득일까 실일까
보금자리론에서 원금과 이자를 상환해야 하는 기간이 40년인 초장기 상품 비중이 출시 1년도 안 돼 14%에 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만기가 길어지면 매달 갚아야 하는 원리금이 줄어드는 만큼 금리인상기를 맞아 초장기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상품을 찾는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해석된다.
26일 한국주택금융공사 울산지사에 따르면 40년 만기 보금자리론은 지난해 7월 출시 후 올해 5월까지 울산에서만 304건이 공급돼 전체 보금자리론의 약 13.98%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금자리론은 본인 또는 부부합산 연소득 7000만원 이하 차주가 6억원 이하 주택을 담보로 최대 3억6000만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는 고정금리형 정책금융상품이다. 대출신청인이 만 39세 이하 또는 결혼한지 7년 이내의 신혼가구이면 가능하다.
초장기 주담대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자, 최근 정부는 만기 50년 보금자리론 출시도 예고한 상황이다. 이처럼 정부가 초장기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잇달아 내놓는 것은 최근 급등한 집값과 상승하는 대출 금리를 감안해 매달 갚는 원리금 부담을 줄이면서 내집 마련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다.
초장기 주택대출뿐만 아니라 체증식 대출도 인기다. 체증식 상환방식은 대출 초기에는 갚아야 하는 원금 비중을 작게 설정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늘리는 방식이다.
실제로 올해(1~5월) 울산지역 내 보금자리론 대출자 중 26%는 ‘30년 만기 원리금 체증식’을 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체증식 상품에 수요가 몰리자, 정부는 내달 1일부터 체증식 상환방식을 40년 만기 보금자리론에도 신규 적용한다고 밝혔다.
주택금융공사 울산지사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주담대로 1억5000만원을 만기 20년의 원리금균등상환 방식으로 빌릴 경우 월 평균 상환액은 94만896원이다. 초기 3년간 이자는 1886만30원이다.
같은 조건으로 만기 40년의 체증식 상환 방식으로 빌릴 경우 월 평균 갚는 금액은 57만3287원으로 내려간다. 초기 3년간 이자는 2020만8154원이다.
체증식 상환은 초기엔 덜 갚고 점차 많이 갚는 방식으로, 소득이 적은 시기에 상환 부담이 줄어들지만 점점 늘어나게 된다.
또 같은 소득일 때, 체증식으로 보금자리론을 빌리면 대출 한도도 원리금균등방식보다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보금자리론은 DSR 40%가 아닌 DTI 60%를 적용하는데, DTI를 계산할 때 체증식의 경우 초기 10년간의 원리금상환액을 연평균 해 적용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부부합산소득 연 3000만원인 만 39세 이하 A씨가 보금자리론 총부채상환비율(DTI) 60% 적용, 신용대출 5000만원(금리 4.25%) 이용 중이고, 40년 만기 보금자리론을 통해 3억원을 대출받는 경우를 들 수 있다.
원리금균등상환 방식을 택할 경우 A씨의 최초 10년 상환 부담은 1억6416만원이다. 체증식 상환방식을 선택하면 1억4888만원으로 1529만원이 줄어든다. 이로 인해 최대 대출한도가 2억9000만원에서 3억19000만원으로 2900만원 늘어나는 것이다.
류숙현 주금공 울산지사장은 “집값이 무섭게 치솟으면서 청년층의 주거사다리도 무너졌다. 당장 가진 돈은 적지만 내집마련으로 주거안정화를 꾀하고자 하는 청년들을 위해 선택의 폭을 넓혀준 것”이라면서 “당장 매달 부담을 줄이는 게 나은지, 이자로 나가는 돈을 줄이면서 짧은 기간에 갚는 것이 나은지 본인의 상황에 맞게 판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