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생각]행복 중독

2022-06-30     경상일보

“이성적으로 생각할 때 감사한 것들은 많은데 마음은 행복하지 않아 답답하다”

사람은 느끼는 감정을 통해 행복의 지수를 측정한다. 감사한 것들과 행복한 것이 자신에게 많다고 이성적으로 알더라도 감정적으로 느끼지 못하면 행복하지 않다고 여긴다. 즉 행복이라는 것은 사실에 기반을 둔 것이 아닌 감정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럼 왜 행복이라는 감정은 지속되지 않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느끼는 행복감이 변하게 되는 것일까?

그 이유는 뇌과학에 숨어 있다. 어떠한 즐거운 행동을 할 때 뇌는 ‘보상 회로(Reward Circuit)’가 작동한다고 한다. 뇌가 항상성 유지를 위해 쾌락을 느끼는 호르몬인 도파민의 수용량을 조절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것을 보상 회로라고 한다. 쉽게 말하면 ‘제정신을 유지하기 위한’ 행동이라고 볼 수 있다.

어떠한 사건을 통해 뇌에서 분비되는 도파민의 양에 따라 행복의 느낌이 좌지우지된다. 자극적일수록 많은 양의 도파민을 생산하게 되고 생성된 도파민은 측좌핵으로 전달되어 쾌락, 행복, 만족 등과 같은 감정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느낀 감정은 곧 해마라는 기관으로 전달되어 행복이라는 것을 현재가 아닌 과거의 한 기억으로 저장시킨다. 그 후 뇌는 더 이상 도파민을 생성하지 않고 다른 보상을 기대하며 글루타메이트라는 호르몬을 분비해 앞서 느낀 쾌락, 행복과 같은 흥분된 감정에서 제정신을 유지하기 위해 보상 회로가 작동된다.

이 행복이라는 감정은 과거의 한 기억으로 남고 더 이상 현재의 감정이 아니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오늘날 우리는 한 번의 감사한 일로 인해 평생을 감사하지 못하고, 기뻐하지 못하며, 또 다른 기쁜 일, 행복한 일을 찾아 헤매는 ‘행복중독’ 상태에 빠져 살아간다.

불안한 일이 생겨서 아니라 더 자극적인 행복감을 주는 상황이 연출 되지 않아 불안하고 불행하다고 여긴다. 마치 마약에 중독된 환자가 더 많은 양의 마약이 필요한 것과 같이 말이다.

뇌가 이러한 메커니즘으로 작동되는 것을 활용해 해마라는 기관에 저장되어 있는 감정의 데이터를 불러와 기억해 내고, 좋은 경험을 지속적으로 기억해 떠올려야 한다. 그러면 뇌의 보상 회로가 지속해서 작동해 도파민이라는 호르몬을 분비시키고 저장되어 있던 데이터를 통해서 쾌락, 행복, 만족 등과 같은 느낌을 다시 느낄 수 있게 된다.

지금 우리가 불행하다고 또는 행복하지 않다고 여기는 것은 어쩌면 새로운 행복을 찾아 헤매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이미 너무 많은 감사를 누렸고, 사랑받았고, 행복하였기 때문에 웬만한 감사 거리로는 감사하지 못하고 행복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지금 우리의 주변을 둘러보자. 그리고 기억하여 감사하고, 기억하여 더 사랑하고, 기억하여 더 행복해지기를 바란다.

양희종 (주)아이티엔제이 대표·경영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