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울산에서도 울산실정에 맞는 영화제가 필요하다
김두겸 울산시장이 울산국제영화제를 폐지했다. 아울러 울주군이 주최하고 있는 울주세계산악영화제에 집중하겠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울산국제영화제가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해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고 했지만 지난해 12월에 제1회를 치른 영화제를 두고 ‘자리를 잡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하는 것은 섣부르다. 오히려 울산국제영화제의 필요성과 효과의 미미함과 올해로 7회를 맞는 울주산악영화제와의 중복성 등이 이유가 될 수 있다.
울산국제영화제는 탄생부터 단단하지 못했다. 울산이 영화와 관련한 인프라가 넉넉하지 않은데다 이렇다할 독창성도 갖추지 못했고, 인근 부산국제영화제가 세계적 규모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국제적인 성장가능성도 크지 않다는 지적들이 많았다. 그렇다고 무조건적으로 영화제를 하면 안된다고 할 것도 아니다. 문제는 영화제의 개최 목적을 어디에 두느냐에 대한 울산시의 분명한 인식과 시민공감대 형성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전국적으로 매년 열리는 영화제가 80여건(네이버 영화제정보)에 달한다. 부산국제영화제 외에도 익히 들어본 영화제로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충북국제무예액션영화제, 서울국제환경영화제 등이 고작이고 대다수는 지역주민들과 영화인들이 함께 제작과 감상을 공유하는 작은 영화제들이다. 외부 관광객을 불러들이는 관광상품이 아닌, 이 시대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대중문화로서의 영화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갈증을 해소해주고 미래 영화인재를 육성하는 차원에서 적절한 규모의 영화제는 어느 도시에서나 필요하다는 반증이다.
울산시가 울주산악영화제에 집중하겠다는 것도 쉽지 않다. 출발선에서 이미 울산산악영화제냐, 울주산악영화제냐로 크게 갈등을 겪고는 울주라는 이름을 선택하면서 울산시의 지원이 사라졌다. 만약 울산시가 울주세계산악영화제에 집중하겠다면 다시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 산악과 영화의 접목이라는 독창성을 가진 영화제이긴 하지만 그 접목이 얼마나 유효한지에 대한 점검도 필요하다. 세계적으로 이름난 산악인에게 수천만원의 상금을 지급하거나 유명배우가 잠시 다녀가는 것에 예산을 쓰는 것이 과연 우리에게 유효한 일인지 의구심이 든다.
영화산업의 엄청난 미래 성장 가능성을 감안하면 울산에서도 영화제가 필요하다. 다만 현실을 고려해 아직은 공급자 중심이 아닌, 울산의 자랑거리인 자연환경 속에서 좋은 영화를 관람하는 관람자 중심의 산악영화제·바다영화제·강변영화제를 봄·여름·가을 차례로 개최하는 등으로 문을 활짝 열어둬야 한다. 아무런 인프라도 없이 영화인들에 초점을 맞춘 화려한 영화제만 바라볼 일은 아니지만 아예 영화라는 대중문화시장에 걸쇠를 채울 일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