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생각]서생면 어촌마을에서 시작하는 인보관 운동
여름철 휴양객들로 붐빌 7월24일, 진하해수욕장으로 널리 알려진 어촌마을에서 커뮤니티 케어(지역사회 통합돌봄)를 수행하는 ‘인보관 마을복지센터’를 개소한다. 커뮤니티 케어는 지역사회와 공동체 의식을 기반으로, 내가 살던 곳에서, 내가 필요한 서비스를 받고, 내가 교류해오던 사람들과 함께, 내 삶을 유지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정부 정책이다. 이는 개인과 가족들에게 부여된 인간의 존엄을 보장해야 하는 국가의 의무이자 헌법의 실현이기도 하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사회서비스의 효율성을 강조하며 시설과 기관 중심의 전달체계를 발달시켜 왔다. 서비스를 사람에 맞춰야 하는데 사람을 서비스에 맞춰온 것이다. 이러니 서비스가 필요한 모든 사람 가운데 일부만 이용하게 된다. 대다수 개인과 가족은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없었다. 서생면처럼 서비스 제공기관이 부족하거나 아예 존재하지 않는 농어촌마을은 더 심각하다. 정부와 지자체도, 하물며 주민들 스스로도 복지사각지대를 당연시 한다.
인보관은 ‘이웃을(隣) 지키는(保) 집(館)’이라는 의미다. 1884년 영국의 토인비 홀에서 시작된 인보관 운동은 자선적 원조나 한정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개인과 가족들의 문제를 성격적 결함이나 나태함으로 간주하지 않는다. 이를 지역사회가 처해 있는 환경문제로 바라보고, 주민들 안으로 들어가서, 주민들의 생활 전체를 개선하기 위한 과업을 수행했다. 작년 겨울, 연고도 없던 서생면으로 이주해서 주민들과 함께 마을복지 거점 공간을 만들기 위해 활동해 온 나 역시 책으로 배운 인보관 운동을 구현하는 것이다.
재가방문요양 사업을 기반으로 마을복지 거점이 될 공간은 서생면에서 유일하게 복지기관(지역아동센터)을 운영하고 있는 휴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이 제공한다. 간판제작과 공간개선은 마을디자인 협동조합 청년들이 나섰다. 주민들의 약물오남용 예방과 복약·관리지도를 수행하게 될 방문약사 사업은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울산지부) 회원들이 맡아주기로 했다. 만성질환과 일상적인 건강관리 지원을 위한 마을주치의 사업은 보건소장을 역임하고 은퇴한 의료인이 합류할 예정이다.
노화로 이동이 불편한 주민들의 거처나 냉난방비가 많이 드는 노후주택은 주거개선 사업을 수행하는 사회적기업과 연계한다. 독거노인이 많고, 서비스 제공 인력을 찾기 어려운 마을이라는 점을 고려해 정보통신기술(ICT)과 인공지능(AI)로봇을 활용한 사업도 기획 중이다. 치매환자와 가족들이 원하면 마을기업에서 제공하는 치유농업 프로그램과도 연계한다. 군청에는 주민들이 서로 돌보는 노인일자리 사업(노노케어사업단)도 제안할 예정이다. 이제 다시, 대한민국 어촌마을에서 수많은 동료들과 함께 21세기에 필요한 인보관 운동을 시작한다.
이승진 울산민관협치지원센터 마을혁신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