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반도체 인력 양성은 수도권 아닌 지방에서

2022-07-08     경상일보

비수도권 국·사립대 총장들이 정부가 검토 중인 수도권 반도체 학과 정원 증원과 관련해 “지역 대학을 직접 타격한다”며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혔다. 비수도권 7개 권역 127개 대학 총장들로 구성된 ‘7개 권역 대학 총장협의회 연합’은 7일 입장문을 내고 수도권을 제외한 9개 광역지자체 중심으로 인력을 양성하는 방안을 추진하라고 주장했다.

반도체는 한국 경제를 주도하는 핵심 산업이자 국가 경제·안보의 핵심 분야로, 반도체 분야 인재 양성 없이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글로벌 경쟁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반도체 인력 부족이 미래 경쟁력 확보에 심각한 걸림돌이 되고 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반도체 제조사들과 소재·부품·장비 기업 등 국내 반도체 업계에서 부족한 인력은 1년에 3000여명 수준으로 파악된다. 수년간 누적돼온 인력난에 반도체 기업들은 국내 대학과 계약학과를 설립하며 자구책을 마련해왔지만 부족한 인력을 충원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7일 국무회의에서 “우리나라가 더 성장하고 도약하려면 첨단산업을 이끌어갈 인재를 공급해야 한다”며 교육부를 강하게 질타했다. 이에 교육부는 ‘특별팀’을 꾸려 종합 방안 마련에 나섰으며 수도권 대학 첨단분야 정원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총장협의회는 “수도권 대학 정원 증원은 정부가 표방한 국정과제인 ‘이제는 지방대학시대’와 정면으로 어긋난다”며 “수도권 대학 정원 총량을 늘리면 그 증원 부분만큼 지역 대학을 직접 타격한다”고 지적했다. 총장협의회의 주장은 누가 보더라도 타당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윤석열 대통령은 선거 때부터 지역균형발전을 수없이 강조해왔고, 새 정부는 지역균형발전의 핵심으로 지방대학의 발전을 역설해왔다. 그런데 이번에 정부가 수도권 대학의 정원 확대를 검토하는 것은 수십년 동안 다져온 지역균형발전의 틀을 거꾸로 뒤집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반도체 인력 양성은 시급하고도 중대한 사안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왜 꼭 수도권 대학의 정원을 확대해 반도체 인력을 양성해야 하는가. 울산의 경우 안 그래도 청년인구가 수도권으로 빠져나가 심각한 상황이다. 총장협의회는 부족 인력을 대학 정원 확대가 아닌 학과 구조조정을 통해,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 중심으로 양성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교육부는 대통령의 지시에 너무 허겁지겁 따르기보다는 좀 더 구체적이고 세심한 정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