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행복 더하기]좋은 재료·손맛 알아주는 단골들이 자산

2022-07-11     권지혜
지난 1995년 개업한 이래 좋은 재료와 음식 솜씨로 사랑 받아온 보쌈집은 IMF와 신종코로나에도 꾸준히 찾아오는 단골들로 변함없이 운영되고 있다. 국산 재료와 예쁜 플레이팅으로 맛과 정성을 다잡은 보쌈집은 최근 인터넷을 보고 찾아오는 젊은이들로 여전한 인기를 자랑하고 있다. 음식점의 수명이 짧아지고 있는 요즘 30년 가까이 한자리를 지켜오며 단골들의 추억의 장소가 된 ‘야음보쌈(남구 수암로 295)’의 고무궁화 대표를 만났다.

옛날 동네 잔치 때 집에서 손수 음식을 만들어 대접하면 음식 솜씨가 좋다고 여기저기서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고 대표는 처음에는 백반, 찌개 등 다양한 음식을 판매했다. 시간이 지나 다양한 메뉴 중 적은 인원으로 음식을 대량으로 준비하기 수월한 메뉴가 무엇일까 고민하던 고 대표는 자신 있는 보쌈으로 메뉴를 정한 뒤 30년 가까이 보쌈집을 운영하고 있다.

모든 재료가 다 국산인 야음보쌈은 밑반찬이 적고 메뉴에 밥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때문에 단골 중에선 집에서 밥을 가져오거나 근처 편의점에서 즉석밥을 구매해 오는 경우도 종종 있다. 배달을 시작하게 되면 음식 질이 저하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배달을 하지 않고 있으며 앞으로도 배달을 할 계획이 없다.

고 대표는 사업을 운영하며 가장 힘들었던 때로 IMF를 꼽았다. “그 당시 아이가 대학교를 갈 무렵이라 가계 지출이 높았던 시절이기도 하지만, 한국 경제가 처음으로 큰 어려움을 겪던 시절이라 대처가 어려웠다. 가게 매출이 엄청나게 줄어 하루 매출로 겨우 다음날 재료를 구매하는 주먹구구식으로 한참을 영업했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이번 신종코로나 사태는 비교적 수월하게 극복했다.

고무궁화 대표는 “신종코로나가 발생하고 초창기에는 조금 힘들었지만 워낙 오래된 가게인터라 단골 덕분에 위기를 상대적으로 잘 극복했다. 30년 가까이 찾아주는 단골들은 신종코로나가 왔다고 해서 발걸음을 딱 끊진 않았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80세가 되면 가게를 그만해야겠다고 생각했던 고 대표는 막상 80세가 다되어감에도 아직 아픈 곳이 없다며, 힘이 닿을 때까지 계속 장사를 하고 싶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고무궁화 대표는 “먼 훗날 내가 없을때 그 할머니가 있었을 때가 좋았다, 할머니가 너무 그립다 등 좋은 기억만 남기고 싶다”며 “내 인생은 손님들을 빼놓고는 이야기를 할 수 없다. 아버지 손을 붙잡고 오던 어린 아이들이 후에 자기 자식의 손을 잡고 오는 경우 너무 흐뭇하고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 대표는 “원래 간판이 파란색이었는데 행복드림센터 경영환경개선사업 지원을 받아 바꾸게 됐다”며 “새롭게 간판을 바꾸면서 마음가짐을 한번 더 바로잡을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김갑수 울산신용보증재단 이사장은 “이번 캠페인을 통해 다양한 소상공인의 위기 극복 노하우를 시민들과 함께 공유할 수 있었던 뜻깊은 시간이었다”며 “앞으로도 우리 재단과 센터가 소상공인 지원과 지역 경제 활성화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권지혜기자 ji1498@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