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집값 내려 떼이고, 사기에 떼이고…전세금이 불안하다
전세보증금을 떼이는 사고가 전국적으로 줄을 잇고 있다. 마침 대검찰청이 전세사기 사건에 대해 ‘원칙적 구속수사’ 지침을 내렸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전세사기와 깡통전세는 서민들의 삶은 더욱 어렵게 하는만큼 검찰의 보다 강력한 단속이 절실한 시점이다.
검찰에 따르면 2019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서울보증보험(SGI)이 접수한 전세 보증금 미반환 사고는 모두 8130건에 총액 1조6000억원 상당으로 집계됐고, 사고 건수와 피해 금액은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전세 보증금이 3억원 이하인 사건의 비중이 89%에 이르는 등 청년과 서민의 피해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전세사기는 여러 형태로 이뤄진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최근의 ‘세 모녀 전세 사기’를 들 수 있다. 이들은 계획적으로 신축 빌라 같은 다세대 주택의 취득가보다 큰 금액의 전세금을 설정한 뒤 세입자에게 임대하는 방법을 썼다. 검찰의 중간 수사결과에 따르면 확인된 피해자만 136명에 피해금액은 약 298억원에 이르고 있다. 울산에서도 올해 초 근저당권을 말소해 전세 보증금을 1순위로 받을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속이고 임차인으로부터 수천만원을 챙긴 60대 여성에게 실형이 선고되기도 했다.
전세사기도 문제지만 집값 하락으로 본의 아니게 전세보증금이 집값보다 높아지는 ‘깡통전세’도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11일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6월 말까지 발생한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사고는 1595건에 3407억원으로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울산의 경우 상반기 중 9건에 18억원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 2021년 1년간 8건에 9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던 것과 비교하면 대폭 증가한 것이다.
전세입자들은 상대적으로 약자들임에 틀림없다. 이들은 은행 대출을 내 전세금을 마련하는 경우가 많은데, 전세사기를 당하게 되면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게 된다. 사법당국과 지자체들은 총력을 기울여 이들을 보호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