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스텝으로 이자 눈덩이… 산업계 불안 고조
한국은행이 사상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0%p 올리는 ‘빅 스텝’을 단행하면서 자동차와 조선, 석유화학 등 울산지역 산업계 전반에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들도 금리인상에 의한 경영환경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대책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3일 열린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현재 연 1.75%인 기준금리를 2.25%로 0.50%p 인상하는 빅 스텝을 결정했다.
한은이 통상적 인상 폭(0.25%p)의 두 배인 0.50%p를 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세 차례 연속(4·5·7월) 기준금리 인상도 전례가 없는 것이다. 최근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압력과 미국과의 기준금리 역전 가능성 등을 고려한 결정이다.
기업들은 시설 투자와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은행 대출을 받거나 회사채를 발행하는데 기준금리가 높아지면 그만큼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다. 적기에 신속한 의사결정이 필요한 시설 투자에서 기업들의 자금 조달 부담이 커지게 되는 것이다. 또 기업들이 이미 빌린 대출에 대한 이자 비용도 늘어나면서 재무 부담이 한층 무거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중소기업들은 매출 규모가 크지 않고 신용등급이 높지 않아 자금조달 시 주식·채권 발행보다 은행 대출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이 때문에 금리인상에 따른 영향을 대기업보다 더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
대한상의는 빅 스텝 이후 대기업의 부담은 1조1000억원, 중소기업은 2조8000억원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울산 북구에 위치한 울산지역 내 한 자동차 부품업체는 지난해 은행대출을 받아 생산시설을 확충했고, 금리 인상이 지속되자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다.
업체 관계자는 “금리 상승으로 금융비중은 늘었는데 높은 원자재 가격때문에 영업이익이 줄어 이자 갚기도 버거운 상황”이라면서 “정부는 더 이상 방치하지 말고 세제 개선, 금융지원 강화 등에 나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중소기업은 모두 파산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울산지역내 주력산업들도 수익성 악화 등 금리인상으로 인한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가운데 자동차 업계에서는 신차 구매를 계획하는 고객들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 자동차 소비자들은 할부로 구매하는 경우가 많아 할부 상품의 이자 부담이 커진 탓에 새 차 구매를 주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장기적으로는 전반적인 소비 심리 위축으로 시장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조선업계는 당장에 큰 영향은 없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경기 침체 등을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조선업 관계자는 “당장 직접적인 영향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기준금리 인상 여파가 세계 경기침체를 야기해 조선업 신규 수주 물량에는 영향을 끼칠 수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유 도입 과정에서 대규모 채권을 발행하는 정유업계 역시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부채 비중이 높은 기업들을 중심으로 금융부담이 커질 것”이라며 “금리 인상으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 등 사업 불확실성에 대비해 영향을 예의주시 중”이라고 말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