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물가에 놀란 한국은행, 사상 첫 ‘빅 스텝(기준금리 0.5%p 인상)’ 밟았다
한국은행이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결국 사상 처음 기준금리를 한꺼번에 0.50%p 올리는 ‘빅 스텝’을 밟았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13일 오전 9시부터 열린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현재 연 1.75%인 기준금리를 2.25%로 0.50%p 인상했다.
금통위는 금리 인상 배경과 향후 방향에 대해 “물가가 상당 기간 목표 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며 “향후 금리 인상 폭과 속도는 성장·물가 흐름, 금융 불균형 누적 위험,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 지정학적 리스크를 포함한 해외경제 상황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금통위가 통상적 인상 폭(0.25%p)의 두 배인 0.50%p를 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세 차례 연속(4·5·7월) 기준금리 인상도 전례가 없다. 금통위가 이처럼 이례적 통화정책을 단행한 것은 그만큼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압력이 심각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번 빅 스텝에는 임박한 ‘한국·미국 기준금리 역전’도 고려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달 14~15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1994년 이후 28년 만에 처음 자이언트 스텝(한꺼번에 기준금리 0.75%p 인상)을 밟았고, 당시 한국(1.75%)과 미국(1.50~1.75%)의 기준금리(정책금리) 격차는 0.00~0.25%p로 좁혀졌다.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낮아지면,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도 급격하게 떨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금통위 정례회의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물가 흐름이 전망 경로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금리를 당분간 0.25%p씩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연말 기준금리가 2.75~3.00%까지 오를 수 있다는 시장 전망에 대해서도 “물가 상승세가 높아서 지금 기대로는 합리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실제로 2.75% 아래가 될지, 3.00%가 될지는 주요 선진국 금리와 유가, 경기 등 여러 요인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