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 자연재해위험개선지구 정비사업 이대로 괜찮나]허술한 단전대책…‘근거’ 행안부규정 부실
태화 자연재해위험개선지구 정비사업은 상습 침수를 겪는 태화시장 일대에 배수펌프장을 조성, 저지대로 몰리는 빗물을 하천으로 흘려보내 피해를 막는 사업이다. 그러나 500억원 가까운 거액이 투입되는 대형 사업임에도 정전 시 제역할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일고 있다.
특히 중구가 준용하고 있는 행정안전부의 지침은 최소한의 재난 상황에 대비하는 것이며 관련 규정 위반 소지까지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예비 전원 공급방식 문제
태화 배수펌프장은 정전에 대비하기 위해 두 곳의 발전소에서 인입선을 각각 당겨오는 2회선 수전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상용 전원은 태화변전소에서 3.3㎞에 걸쳐, 예비 전원은 북울산변전소에서 4㎞ 전선을 통해 전기를 공급받는다는 계획이다. 즉 상용 전원이 정전으로 끊겨도 예비 전원을 통해 전기를 공급받아 모터펌프를 가동하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건설기준진흥법 44조의 예비전원설비 규정과 농어촌정비법상 배수개선 설계 기준 등에 따르면, 2개의 독립 전원은 예비 전원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중구의 2회선 수전 방식은 현행 규정 위반 소지가 있다.
또 전기공급약관에 대한 한국전력공사의 유권해석상 예비 전원은 상용 전원 공급 불가시 이를 대체하기 위한 전력일 뿐, 불가항력적인 사유로 상용 전원과 예비 전원이 모두 공급되지 않더라도 한전은 손해배상 책임을 지지 않도록 돼 있다. 정전으로 인한 배수펌프장 가동 중단 시 발생하는 책임을 중구가 질 수도 있다는 의미다.
◇비상발전기 설치 계획에서 제외
이런 상황에서 태화 배수펌프장에는 전기로 작동되는 모터펌프 4대 외에 비상발전기는 설치 계획에서 제외된 것으로 나타났다. 비상발전기는 태풍이나 집중호우로 배수펌프장 일대가 정전될 때 전기가 정상적으로 공급될 때까지 전기를 생산, 모터펌프를 가동시켜 최대한 물을 빼내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현재 태화 자연재해위험개선지구 정비 사업은 정전에 영향을 받지 않는 엔진펌프가 없는데다가, 비상발전기까지 설치 계획에 없어 정전시 모터펌프를 가동시킬 방법이 전무한 실정이다. 한마디로 정전에 대한 대비가 전혀 없어 500억원 가까운 거액을 투입하는 배수펌프장이 무용지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에 대해 중구는 행안부 지침에서 비상발전기 설치가 의무가 아닌 특별히 필요할 경우에 설치를 하도록 규정돼 있기 때문에 약 10억원이 소요되는 비상발전기를 설치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행안부 규정 개선 시급
중구는 태화 자연재해위험개선지구 정비사업을 추진하면서 행전안전부에서 내려오는 재해예방사업 추진 지침을 참고했다고 밝혔다. 행안부 지침상 2회선 수전방식으로 설계를 해야 하는 등 관련 내용을 따르다 보니 건설기준진흥법이나 농어촌정비법과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행안부 관계자는 “현 지침은 최소한의 비상 상황에 대비하는 것”이라며 “일대 전체 정전 등 모든 재난 상황을 염두에 두고 지침을 규정하기에는 예산 등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행 지침으로는 단전에 대비하지 못하는 등 여전히 침수 위험을 막을 수 없는 실정인 만큼 적극적인 지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편 중구에 따르면 태화 배수펌프장의 현재 공정률은 12%다. 해당 부지에 터파기 등 기초 공사 중 지하구조물이 발견돼 이를 철거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중구는 공사가 완료 단계에 접어들면 펌프 등 시설물 발주에 나설 계획이다. 정혜윤기자 hy040430@ksilbo.co.kr